서울의 한 여고생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친구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해 자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청소년들의 휴대전화를 통한 언어폭력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전정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신천동의 한 아파트.
지난 14일 낮 1시 20분쯤 16살 강 모 양이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인터뷰 : 아파트 경비원
- "(5층에서 주민이) 왔다갔다 하는데 어디서 포대가 떨어졌는지 사람 손이 보였다고…."
아버지는 강 양이 또래 친구들의 집단 언어폭력을 견디다 못해 죽음을 선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딸이 자살하기 두 달 전, 카카오톡 그룹 채팅에 초대된 뒤 동네 친구 등 16명으로부터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이유없이 들었다는 겁니다.
카카오톡에서 여러 명이 한 명을 괴롭히는 일명 '떼카'
강 양은 이렇게 1분 만에 무려 50여 건의 욕설을 들었습니다.
▶ 인터뷰 : 강 양 아버지
- "나도 여잔데 애들이 나보고 xx래. 누구는 이렇게 욕을 하고, 누구는 이렇게 욕을 해. 엄마 아빠 나 너무 힘들어 이러면서 오열을 했어요."
집단 모욕을 당한 뒤에는 문구용 칼로 자기 손목을 긋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집단 따돌림에 가담한 학생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경찰 관계자
- "카카오톡에서 접속이 됐던 친구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거하고 유서에 거명됐던 친구들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신촌에서 10대들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말다툼하다가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등 청소년들 사이에서 모바일 메신저가학교폭력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의 폐쇄적인 구조 특성상 채팅방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어른들이 알고 개입하기는 어렵습니다.
▶ 인터뷰 : 박창호 /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
- "폐쇄적인 대화 구조 속에서 중재할 수 있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그 대화에 기본적으로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보고…. "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게 사이버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사이버 폭력에 대한 법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MBN뉴스 전정인입니다.[jji0106@mbn.co.kr]
(영상 취재 : 김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