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서울시내 주택가 생활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 월급이 쓰레기 종량제 봉투 판매대금에서 나간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이 종량제 봉투 판매대금은 엄연히 구청의 세외수입이지만, 청소 용역업체가 이 돈을 주무르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취재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사회2부 갈태웅 기자, 나와있습니다.
【 질문 1 】
쓰레기 종량제 봉투 판매 값이 환경미화원 월급으로 지급된다는 게 무슨 얘기입니까?
【 답변 】
네, 공식 용어론 '독립채산제 청소행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생활 쓰레기는 구청장 책임하에 구청에서 수거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서울시내 25개 구청에서 청소업체에 용역을 주고, 처리를 위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청에서 인건비 등을 편성해서 지급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구청 내 쓰레기 종량제 봉투 판매대금과 음식물쓰레기 수송비를 용역업체에 대신 주고 있는 것입니다.
업체는 이 돈으로 알아서 환경미화원 월급을 주고, 수익까지 올려야 합니다.
【 질문 2 】
그렇다면, 종량제 봉투 판매 값이 미화원 월급이 되는 이 독립채산제가 왜 문제가 되는 것입니까?
【 답변 】
일단 용역업체에 주어지는 봉투 판매 값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업체가 그 돈을 어떻게 쓰더라도 사용처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 한 구청에선 수년째 쓰레기 처리량은 늘어나는데, 신고되는 종량제 봉투 판매금액은 반대로 줄어드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봉투 판매가격을 올려도 환경미화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지 검증할 길이 없습니다.
▶ 인터뷰 : 김인수 / 전국민주연합노조 정책국장
- "사장이 뭐 1억 원을 가져가든, 5억 원을 가져가든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종량제 봉투는 구청장 명의로 팔리는, 엄연한 구청의 세외 수입입니다.
이 자산을 사설 업체가 마음대로 주무르는 현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질문 3 】
이렇게 종량제 봉투 값, 그것도 어디선가 샌다고 추정되는 돈이 월급이라면, 미화원 생계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 답변 】
네, 그렇습니다.
취재진이 저녁시간대 작업 현장을 직접 따라가 봤습니다.
경사도가 가파른 서울 변두리 주택가의좁은 골목길입니다.
1t 화물차가 진입하지 못해서 환경미화원이 직접 바구니를 끌고 가 쓰레기를 수거해야 합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서울 성북구 담당 환경미화원
- "여기 이건 고속도로입니다, 여기는. 저긴 계단이 있어서 울퉁불퉁! 내려오면, 저쪽 골목엔 어휴! 말도 못해요, 이쪽에는."
이렇게 하루 8시간 이상씩 꾸준히 일해도 이들의 한 달 실수령액은 160만 원 선입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서울 성북구 담당 환경미화원
- "차 운전하시는 분은 10만 원, 10만 원 더 받아가요."
【 질문 4 】
해결 방안은 없습니까?
【 답변 】
네, 해결책은 아주 간단합니다.
불법 소지가 큰 만큼 독립채산제를 포기하고, 구청이 직접 청소행정을 관리하면 됩니다.
▶ 인터뷰 : 황종섭 / 진보신당 서울시당 조직부장
- "그렇다면, 이 불법을 해결하는 것이 간단한 방법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지금 (서울시와 각 구청이) 다른 방법을 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환경부와 안전행정부는 수차례 독립채산제 폐지를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각 구청은 효율적이란 이유로 독립채산제를 고수하고 있습
여기엔 구청의 숨은 속내도 있습니다.
봉투 판매대금 규모 자체가 적기 때문에 자칫 구청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최근 각 구청과 함께 독립채산제 개선을 위한 TF팀을 꾸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장기과제이기 때문에 환경미화원들의 이 같은 현실은 당분간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