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빠진 나라…그럼 그많은 애들은 누가 죽였나”

　11일 오후 광주지법 세월호 승무원 1심 선고 재판이 실시간으로 중계된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는 1심 선고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유족들의 울분으로 가득찼다.
　이날 안산지원 409호 법정은 88석 대부분이 유족으로 채워진 가운데 광주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임정엽)의 1심 선고 재판이 120인치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됐다.
　재판이 시작되고 이준석 선장 등 15명의 피고인이 법정에 나타나자 “아휴…미친 인간들” “죄의식이 하나도 없다”는 비난 소리와 함께 여기 저기서 한숨이 터졌다.
　일부 유족은 기록을 남기기라도 하려는 듯 휴대전화로 스크린 영상을 연신 촬영했다.
　선고 전 재판부가“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대피장소로 한꺼번에 몰리면 승객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대형선박, 해경 등 피고인들이 오전 9시 26분부터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10시 6분께 까지는 모든 구조가 가능했다고 판단된다”라고 언급하자 이내 법정은 울음바다가 됐다.
　1시간 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승객들에 대한 살인혐의 대신 유기치사 등을 적용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곧바로 “무죄가 어딨어 무죄가’ “그래 다 무죄라 그래라” “그럼 그많은 애들은 누가 죽였느냐” “썩어빠진 나라” “이건 뭐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 등 재판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곳 곳에서 터져나왔다.
　특히 이준석 선장에 대해 재판부가 “정년퇴직후 계약직으로 선장 휴가 때에만 대리 근무해 업무 관행을 바로 잡기 어렵고 68세 피고인이 담석 수술을 받아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유리한 양형 요소를 거론하자 “그만해라 그만해 ” “왜 변호를 해” “차라리 그냥 풀어주라”며 반발했고, 일부는 자리를 박차고 법정을 떠나기도 했다.
　이 선장에 대해 최종 징역 36년이 선고되자 ”다 풀어줘 우리가 죽이게” ”우리 애들은 누가 죽였는데 살인죄가 적용이 안되느냐”등 분노가 극에 달했다.
　유족 이모씨는 “(재판부가)재판이 아니라 변호를 했다. 이는 외압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 꼴이다”면서 “적어도 선장은 살인죄가 나올 줄 알았는데 기대에 너무 못미친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날 광주지법 형사11부 임정엽 부장판사는 이 선장에 대해 유기치사·상, 선원법 위반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살인·특정범죄 가중 처벌법(도주선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1등 항해사 강모씨(42)와 2등 항해사 김모씨(46)에 대해서도 살인혐의는 없다고 보고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했다.
　기관장 박모씨(53)는 이 선장 등 다른 3명과 함께 승객들 사망에 대한 살인 혐의는 벗었지만 동료 승무원을 구조하지 않은 책임으로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동료를 구조할 지위에 있었는데도 조리부 승무원 2명이 눈앞에서 추락해 크게 다친 것을 보고도 그냥 두고 탈출한 데 대한 책임을 물었다.
　사고 당시 당직이었던 3등 항해사 박모씨(25·여)와 조타수 조모씨(55)에 대해서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견습 1등 항해사 신모씨(33)는 징역 7년, 나머지 조타수 2명과 기관부 승무원 6명 등 8명은 징역 5년을 각 각 선고받았다.
[안산 =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