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두 딸을 유아기때부터 무려 14년 동안 성추행·성폭행한 인면수심의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사건은 둘째 딸이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다 구출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이제야 경찰 수사를 진행하고 아버지를 처벌할 수 있게 됐는데, 안타깝게도 첫째 딸은 이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25살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였습니다.
이들은 대체 어떤 일들을 겪은 걸까요.
숨진 큰딸이 지난 2013년 6월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편지로 써서 즐겨듣는 라디오방송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부터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2013년 6월 큰딸 편지 내용>>
저는 4살 때부터 16살 무렵까지 친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자라왔습니다. 상담선생님께서는 아버지라는 말을 어려워하는 저에게 '가해자'라는 표현을 써도 된다고 알려주시더라구요.
16살이 끝나갈 무렵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엄마와 함께 살 수 있게 되면서 다행히도 가해자와는 떨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당한 성폭행이나 성추행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스무살 그 날이 되기 전까지는요.
하루를 끝마치고 잠자리에 누우면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모를 '스무살이면 모든 게 끝나겠지. 스무살이 되면 아마 나는 죽을 수 있을거야.'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로 겨우겨우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삶은 생각과는 다르더군요. 스무살이 되어도 저는 여전히 숨쉬고 살아있었고, 삶이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왜 죽지않는거지?', '이만큼이나 버텼는데 왜 하느님은 날 데려가주시지 않는거지?‘
그러다 겨우 스무살 초여름이 시작되던 무렵, 엄마에게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나에게 사실은 이런 일이 있었노라고. 그런데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너무 그 상황이 무서워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그 당시 저는 스무살이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인지상태가 7-8살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고 엄마는 그런 저를 데리고 저를 낫게 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지 가겠다며 모든 일을 중단 하신채 제 손을 부여잡고 이곳 저곳 안돌아다니신 곳이 없습니다
저와 같이 성폭력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너무 무섭고 한 치앞이 보이지 않아 칠흑같겠지만 조금만 용기를 내서 하루라도 빨리 도움을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 앵커 】
이 라디오 사연을 보낸 게 큰딸이 숨지기 1년 전입니다. 스스로 아픔을 이겨내는 듯 보였는데, 참 안타깝네요. 대체 어떤 일을 겪은 겁니까?
【 기자 】
네, 이 큰딸은 4살 때부터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 파렴치한 아버지는 어머니가 일하러 나간 틈을 타 집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는데요. 사실 이 나이때는 이게 어떤 피해인지 스스로도 정확히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아버지가 "이 놀이는 아빠와 함께 하는 병원놀이다"라고 말하면서 이런 추악한 짓을 저지른 겁니다.
이 아버지는 주로 택시나 화물차 등 주로 운전을 하는 직업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그러다보니 낮에도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고 하고요.
【 앵커 】
피해는 큰딸뿐 아니라 작은딸도 있었죠?
【 기자 】
네, 작은딸도 비슷한 나이, 거의 유아기때부터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큰딸과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이게 피해자 입장에서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지 말씀드리기조차 조심스럽지만, 큰딸은 성폭행까지 당했는데 작은딸은 일단 혐의가 성추행입니다.
지금 피해 기간이 큰딸의 경우 1994년부터 2007년까지 14년, 작은딸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정도로 나와있는데, 사실 이건 구체적인 피해 진술이 있었던 시점으로 잡아서 그런 것이지, 사실 유아기부터 기억할 수조차 없는 피해들이 무수히 많이 있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 앵커 】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범행이 계속될 수 있었나요. 피해자들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은 없습니까?
【 기자 】
있긴 있습니다. 큰딸은 자신이 처음 피해를 당하던 4살 때, 친할머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할머니는 아이를 보호하기는 커녕 "이런 얘기 밖에서 하지 마라, 그러면 가만두지 않겠다", "고아원에 보내버리겠다"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하면서 엄청나게 때렸다고 합니다. 그날 그렇게 폭행을 당하고서는 이 큰딸이 너무 충격을 받아 그 이후로는 누구에게도 말을 꺼내지 못했고요. 아이 입장에서는 할머니가 아버지보다 더 힘이 센 존재로 느껴져서, 할머니에게 보호를 받고 싶어서 이런 얘기를 꺼낸건데, 이게 처음부터 좌절되다보니 아이 입장에서는 이제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겁니다.
【 앵커 】
어머니는 이런 피해 사실을 전혀 몰랐나요?
【 기자 】
징후는 있었습니다. 큰딸이 초등학교때부터 계속해서 이상한 증세를 보였거든요. 갑자기 막 쓰러진다거나, 아빠하고 있는 걸 두려워한다거나, 아빠가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안 들어가려고 한다거나요. 어머니도 이게 이상하니까, 아이한테도 물어보고 아버지한테도 물어보고 얘길해봤는데,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가 없었고 성폭행일거라고는 더더욱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어쨌든 이 문제가 아이 아빠 때문이라는 건 명백해 보이니까, 아이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큰딸이 16살되던 해 이혼을 합니다.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려고 양육권만 받아온거죠. 그러다가 큰딸이 20살되던 해 그 폭행했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고, 그때 큰딸이 비로소 어머니에게 피해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어머니도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 앵커 】
어머니가 받은 충격이 어마어마했을 것 같습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하진 않았습니까?
【 기자 】
네, 그러진 않았는데요. 당시 어머니는 먼저 딸을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병원에 데려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말하기를, 이게 충격이 너무 클 것 같다, 경찰 수사를 진행하면 진술도 하고 그때 상황을 상기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어서 오히려 더 살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거죠. 이 어머니도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너무 커서 심리적으로 너무 안 좋은 상황이서 일단 살고보자, 일단 마음을 치료하자, 이런 생각이 컸다고 합니다.
【 앵커 】
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까 말씀드렸듯 큰딸은 치료 4년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된 건 둘째 딸이 또 자살을 시도하면서부터였죠.
【 기자 】
네, 작은딸도 이미 지속적인 성추행 때문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는데요.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자면 악몽을 꾸고, 그런 일들이 이어지는데, 언니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니까 너무 충격을 받고 그 후유증을 견디지 못했던 겁니다. 친구에게 유서를 보내고 한남대교 난간으로 올라갔는데, 친구가 경찰에 신고해서 겨우겨우 구조했습니다. 구조한 뒤에 경찰이 얘기를 들어보니, 이런 기가 막힌 사연이 있었던 거고요.
【 앵커 】
네, 사실 이렇게 보도해드리고 있지만, 저희도 이런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2차 피해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큽니다. 그런데 둘째딸과 그 어머니는 오히려 더 알려달라고 부탁을 했다죠.
【 기자 】
네, 맞습니다. 지금 이 둘째딸과 어머니는 아직도 정신적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슷한 피해가 다시는 없게 해달라며, 큰딸의 한을 제발 풀어달라며, 용기를 내서 언론 보도를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