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시청시간대에 ‘막장 드라마’를 방영해 제재를 받은 MBC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방송사가 드라마 심의에 불복해 소송을 내고 판결을 받은 첫 사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지난해 3월 임성한 작가의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MBC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상파 방송사는 가족시청시간대인 평일 오후 7시에서 10시 사이에는 가족구성원 모두의 정서와 윤리수준에 적합한 내용을 방송할 책임이 있어 해당 징계처분은 무겁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MBC는 전에도 비슷한 수준의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 등 더욱 주의해 방송심의규정을 준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압구정 백야’는 친딸이 자신을 버린 친모에게 복수하기 위해 어머니의 의붓아들을 유혹해 며느리가 된다는 내용으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5월까지 평일 오후 8시55분 전파를 탔다. 어머니가 친딸인 며느리에게 “버러지 같은 게, 인간 같지도 않은 것” 등의 폭언을 하는 장면 등이 방영됐다. 시청률은 19%에 육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시 “지나치게 비윤리적이고 극단적인 상황 설정, 폭언·폭력 장면을 수 차례 방송해 방송심의 규정에 위반된다”며 ‘드라마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방송사가 내부에서 징계 종류, 수위를 결정하도록 한 처분이다.
앞서 MBC는 2013년 같은 작가의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로도 같은 징계를 받았다. 이후 드라마본부장은 “앞으로는 임 작가와 계약하지
임성한 작가는 2004년부터 쓴 ‘왕꽃선녀님’, ‘하늘이시여’, ‘신기생뎐’ 등의 작품에서도 윤리성, 방송언어, 간접광고 등의 심의규정을 위반해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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