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업이 많아서요.” “업무 시간 안에 일 처리를 다 못했거든요.”
맞다.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게 ‘업무’다. 하지만 좀 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져보면 답은 달라진다.
“상사가 퇴근을 안 하잖아요.” “야근 안 하면 열심히 안 하는 줄 안다니까요.”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와 함께 100대 기업 직장인 4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66.3%가 주 5일 중 이틀 이상 야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야근 일수는 2.3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야근은 생산성에 과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에 비춰볼 때 야근은 생산성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 OECD 국가들의 평균(1770시간)에 비해 20.0%(354시간) 더 오랫동안 일하는 셈이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2달러로 OECD의 평균(49달러)에 못 미친다.
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한국의 경우 근로시간이 가장 길면서도 생산성이 가장 낮은 국가”라며 “근면 성실만 강조하는 장기간 근로 관행을 국가 위상에 맞게 선진 관행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맥킨지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문화 수준은 글로벌 하위 25%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근과 회의, 보고·소통, 여성, 규범준수 등 다수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응답자들 대다수는 야근의 원인으로 ‘의식이 없는 상사’ ‘비효율적 업무관행’ ‘야근은 미덕이라 생각하는 문화’ 등을 꼽았다.
온라인상에서도 ‘야근’ 이슈는 불변의 ‘뜨거운 감자’다. 다수의 누리꾼들이 야근에 대해 다양하게 성토하며 공감을 주고받고 있다.
“내가 근무하던 회사 관리자는 낮에 어영부영 하다가 퇴근시간 이후까지 남아 일하다 가는 직원을 일 잘 하는 사람이라 치켜 세우더라.”(ID: ogee****)
“근무시간 안에 마치려고 바짝 일하고 퇴근하면 ‘일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버릇처럼 야근하면 ‘일 많은 사람’으로 인식되는 게 현실”(ID: jsji****)
“상사 눈치 보느라 일 없이 야근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ID: mcsu****)
“야근 해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야근 하니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ID: mias****)
“매번 개혁한다고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지만 실제 기업 윗분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것”(ID: emgt****)
잦은 야근을 두고 업계에서도 ‘후진적 업무 프로세스’ ‘구시대적 기업문화’라는 등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은 이날 서울 상의회관에서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를 열고 “보여주기 위한 야근 등 낡은 관행부터 없애야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야근 없는 기업을 만들자’며 퇴근시간이 되면 전체 소등을 하는 등 야근 없애기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대다수 노동현장에 적용되기엔 요원해보인다는 싸늘한 반응 또한 여전하다.
[디지털뉴스국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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