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조계와 CJ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이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 고문과 장남 이재현 회장 등 삼남매가 낸 ‘한정상속승인 신고’가 올해 1월 중순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한정승인이란 상속 자산액수만큼만 상속 채무를 책임지는 제도다. 유족이 법원에 신고한 이 명예회장의 자산은 6억여원이었다. 하지만 채무는 180여억원에 달했다. 채무에서 자산을 제한 금액은 채권자가 받을 길이 없다.
CJ그룹 관계자는 “고인은 수십년간 해외 등지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왔다”며 “어떤 경제적 거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채무가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가늠할 수 없어 한정승인을 신청했다”고 했다.
이 명예회장이 가족에게 거액의 빚을 남긴 건 2012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유산분쟁 소송 때문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유산 9400억원을 요구했으나 1·2심 모두 패했다. 소송가액에 비례해 책정되는 인지대와 변호사 선임비로만 200억원 넘게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예회장은 삼성그룹 초기 제일제당 대표 등을 맡는 등 그룹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은퇴한 이병철 회장이 복귀하는 과정에서 그룹 비리를 청와대에 투서한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후계구도에서 배제됐다.
일각에선 수조원대의 부를 쌓은 이재현 회장 삼남매가 아버지의 상속을 포기한 게 적절하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에서 떠돌던 이 명예회장에게 누군가 수백억이란 거금을 빌려준
그러나 법조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 일가가 채무를 면제받는다는 사실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며 “연대보증을 선 게 아닌 이상 이재현 회장 등이 아버지의 개인채무를 떠안을 법적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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