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한글날이죠.
우리 어린이들이 쓰는 말을 살펴봤더니 대화의 대부분이 국적불명의 은어와 줄임말로 가득했는데요.
심각한 수준입니다.
조창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PC방, 초등학생 여러 명이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 얘한테 몰빵, 몰빵.
- 야 이 XX 터지겠다.
욕설과 의미를 알기 어려운 은어가 난무합니다.
이번엔 초등학생들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입니다.
'방탄덕질' '현웃' 같은 극단적 줄임말은 물론, 'ㅇㄴ' 'ㅂㅇ'처럼 자음만 나열된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도 보입니다.
- (현웃은 뭐에요?) 실제로 웃었다는 말.
- (뭘 줄인 건지 알아요?) 현실로 웃었다.
'빼도 박도 못하다'를 영어 조동사 Can't와 합성한 '빼박캔트'나 핵노잼, 페메 등도 자주 쓰입니다.
- 대화할 때 줄임말이나 은어 사용하는 친구 손 들어볼까요.
▶ 스탠딩 : 조창훈 / 기자
- "초등학교 한 반에 있는 25명의 학생 중에 줄임말이나 은어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은 한 명에 불과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97%가 은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에서 쓰기가 편하고, 친구들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즐겨 사용합니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말을 줄이면서 원래 맞춤법을 헷갈리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어른들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 인터뷰 : 권순희 /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
- "집단만이 쓰는 언어들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오히려 긍정적으로 언어사용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줘야…."
국적불명의 은어 대부분이 부정적인 뜻이다보니 어린 학생들의 의식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조창훈입니다. [ chang@mbn.co.kr ]
영상취재 : 김회종 기자, 유용규 기자
영상편집 :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