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극도의 침체기에 빠진 한국 복싱이 ‘고교생 선수 뇌출혈 사망’ 소식에 비통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복싱 국가대표를 꿈꿨던 A군은 지난달 7일 충남 청양 군민체육관에서 열린 ‘제48회 전국복싱우승권대회’ 고등부 64㎏급 8강전에서 판정패를 당했다. 경기를 마친 A 군은 관중석으로 향했고 얼마 안 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 군은 곧바로 닥터헬기로 천안 단국대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한달 가량 치료를 받았지만 9일 오전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대한복싱협회가 A군을 돕기 위해 후원금을 모으고, 복싱 국가대표 선수들도 쾌유를 기원했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A군에 앞서 한국 복싱의 링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1982년 11월 김득구는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14회 KO패를 당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4일 후 사망했고 1995년 9월에는 이동춘이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일본 밴텀급 타이틀전에서 패한 뒤 사망해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지난 2007년 12월 25일 최요삼은 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털 타이틀 1차 방어전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8일 만에 끝내 뇌사판정을 받았다. 최요삼의 사고 이후 허술한 응급의료체계가 세간의 질타를 받았고, 이후 링 닥터는 반드시 신경외과 전문의가 맡도록 하는 등 선수 안전 규정이 강화됐다.
하지만 앞서 벌어진 링 사고의 대부분은 프로복서들이다. 일반 아마추어 복싱 대회에서 ‘뇌출혈 사망’ 사고가 난 경우는 극히 드물다. 3분 3라운드로 경기 시간이 짧은데다 헤드기어를 착용하기 때문에 프로 복서들보다는 뇌 손상 위험이 적다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유망주를 잃었다는 슬픔과 함께 극도의 침체기를 겪는 상황에서 선수 부족 사태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복싱계의 걱정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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