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공소장에 드러난 대통령 혐의…사실상 '대통령 게이트?'

【 앵커멘트 】
검찰의 오늘(20일) 일괄 기소로 검찰은 일단 한고비 넘겼습니다.
공소장에 대통령의 혐의를 사실상 공범으로 적시하면서 대통령과의 기 싸움에서 이겼다고나 할까요.
법조팀 서정표 기자와 함께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서 기자!


【 질문 1 】
앞서 기사에서도 봤지만, 공소장에 공범 혐의를 넣은 게 가장 의미 있는 오늘 수사 결과 발표 아닌가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제가 들고 있는 이 문서, 공소장인데요.

피고인들을 재판에 넘길 때 범죄사실을 적시하는 문서입니다.

보통 강력범죄나 형사사건의 경우 공소장이 5장을 채 넘기지 않는데, 이 공소장은 무려 33페이지나 됩니다.

그만큼 주요 피고인들이고, 범죄 사실이 많기 때문인데요.

범죄 사실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 질문 2 】
공소장에 대통령 혐의가 적시돼 있는 건 아니죠?


【 기자 】
당연합니다. 오늘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정호성 등 3명입니다.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 기소중지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소장을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요.

피고인들의 범죄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구체적으로 적시를 하고요,

결론 부분에는 항상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또는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순실 씨는 대통령과 공모하여,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함과 동시에 이에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들에게 무엇무엇을 하게 했다,는 식의 표현입니다.

【 질문 3 】
그러니까, 대통령과 공모하여, 라는 문구나 표현이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군요.

서 기자, 그런데 이번 공소장에서 대통령을 마치 피고인처럼 보이게 기술했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 기자 】
네. 저도 공소장을 읽으면서 대통령을 마치 피고인 지위로 생각해 공소장을 작성한 것을 보고 의아했습니다.

검찰은 제일 먼저 피고인들, 그러니까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순으로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무슨 직위에 있었는지 지위와 권한을 기재했는데요.

곧바로 이 세 명 다음에 대통령의 지위와 역할 등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즉,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라고 설명한 뒤에 국민경제 성장을 위해 기업 활동에 관한 정책과 금융지원, 세무 조사 등 구체적 사항에 직간접적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못을 박은 겁니다.

이 사건이 재단 돈을 모으고, 공무상 기밀을 유출하는 데 대통령이 지위를 이용했다는 건데 이 부분을 뒷받침하기 위해 3명의 피고인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겁니다.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인 거죠.

【 질문 4 】
서 기자 이 부분 중요하니까, 자세히 얘기해보죠. 그렇다면, 대통령을 주범으로 검찰이 판단했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 기자 】
넓게 해석해서, 사실상 주범으로 봐도 되는 것 아니냐, 는 법조계 해석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대통령이 재단 설립을 기획하고, 자금 출연을 지시했다는 내용 등이 공소장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인데요.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당초 알려진 대로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 질문 5 】
자, 그렇다면 향후 검찰 수사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수사는 잘될까요?

【 기자 】
일단, 대통령 변호인이 오늘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강한 유감을 드러냈는데요.

향후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나왔는데, 검찰은 여전히 대면조사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고요.

대면조사가 안 된다면 다음 카드로 '서면조사'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큽니다.

강제소환과 같은 강제수사는 아직 검토를 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현 입장입니다.

【 질문 6 】
특검이 12월 초에 시작됩니다. 열흘 정도 남은 건데요.
향후 검찰 수사와 특검 인적 구성은 또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간단히 짚어보죠.


【 기자 】
오늘 기소가 되지 않았지만 두 명의 주요 피의자가 있습니다.

바로, 김종 전 차관과 차은택 씨인데요.

이 두 명에 대한 수사도 향후 박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중요 단서가 될 겁니다.

그리고 또 한 명, 바로 정유라 씨인데요.

이화여대 압수수색도 임박했습니다.

현재 흐름상 특검은 야당이 추천한 15년 이상 판사나 검사 생활을 한 법조인들 중에 1명을 12월 초에 임명해야 하는데요.

열흘 정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특별검사 1명,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과 수사관 등을 포함해 100여 명, 역대 최대 규모로 구성됩니다.

현재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은 특검에 들어갈 수 없는데요.

특별검사 1명이 소위 수사를 잘하는 검사들로 진용을 꾸리게 되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게, 오늘 기소로 검찰이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위기인데요.

기 싸움에서 이겼다, 이런 분위기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검찰이 이렇게 강공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사실 국민과 여론이 도와줬기 때문인데요.

촛불을 든 호랑이 등에 올라 칼을 휘두르는 형국이다, 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향후 열흘 동안에도 검찰은 이러한 강경한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7 】
특검 전까지 수사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서 기자 수고했습니다.

영상편집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