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국민연금-최순실 둘러싼 불법행위 있나…뇌물수사 신호탄
↑ 국민연금 압수수색/사진=연합뉴스 |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3일 국민연금공단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둘러싼 불법행위 여부를 본격적으로 수사한다는 신호탄으로 읽힙니다.
삼성이 거액의 기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공직자를 상대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그로 인해 삼성 측에 유리한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이런 경우 기금 출연은 단순히 자발적인 선의가 아니라 일종의 '대가성'을 지니는 것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삼성은 204억원을 두 재단에 출연한 것은 물론 최씨와 딸 정유라(20)씨가 설립한 스포츠 컨설팅업체 '비덱스포츠'를 통해 35억원, 최씨 조카 장시호(37)씨가 실소유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지원액입니다.
검찰이 여러 대기업 가운데 삼성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이런 규모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금전적 지원'과 '경영상 민원'의 상관관계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났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압수수색은 작년 5월 삼성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삼성 측 손을 들어준 배경을 확인하기 위한 취지라는 것입니다.
이 작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외국계 해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10%의 지분으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삼성 지지 결론을 낼 때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검토·의결 절차가 필요함에도 이를 건너뛰고 같은 해 7월 10일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찬성표를 던져 합병안 승인을 끌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합병 반대 권고는 무시됐습니다.
합병 찬성 결정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정황도 불거졌습니다.
최 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당시 합병 찬성 의견을 주도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경질하려 했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들어왔다"고 폭로했습니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관련자 증언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의심을 키우는 것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 불과 보름 뒤인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간 청와대 단독 면담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그달 24∼25일 7대 그룹 총수를 차례로 청와대로 불러 비공개 개별 면담을 했고 여기에 이 부회장도 포함됐습니다.
검찰은 당시 면담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위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삼성 측이 사전에 합병 지지와 관련한 우호적 기류를 확인했고 면담 이후 거액을 출연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검찰이 이날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특히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사무실을 포함한 것은 검찰이 수뇌부의 개입 정황까지도 의심하는 방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앞으로 더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해야 '퍼즐'이 맞춰질 수 있고 적어도 현 단계에선 '큰 그림'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내달 특별검사 출범 전까지는 검찰 수사도 최순실씨와 국민연금, 삼성 등의 제3자 뇌물 혐의 입증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이 부분을 넘어서면 박근혜 대통령의 개별 면담과 관련성을 찾아가는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사팀 관계자가 전날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 독대 과정에서 청탁이 있었는지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 추가 확인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맥이 닿습니다.
향후 수사는 최씨가 주도하고 박 대통령이 측면 지원한 것으로 밝혀진 ▲ '롯데 70억 추가 지원' ▲ 'KD코퍼레이션 5천만원대 뒷돈 수수' ▲ '플레이그라운드의 138억원대 광고 일감 수주' 등 대가성이 의심되는 사안으로 가지를 뻗을 개연성이 큽니다.
검찰은 뇌물 의혹 수사를 어물쩍 넘겼
검찰 관계자는 "뇌물죄를 집중 수사한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주요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인 것은 맞다"면서 "특검에 수사권을 넘기는 순간까지 불편부당하게 수사해 가능한 한 윤곽을 잡아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