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무너져내린 건물 발밑 아래 부서진 콘크리트 벽돌이 수북이 쌓였다.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한 구멍 사이사이 솟아오른 철근이 엿가락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현장은 마치 폭탄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8일 오전 사고 현장 입구에서는 굴삭기와 집게차가 부지런히 건축 잔해물을 치우고 있는 한편, 내부에서는 소형 굴삭기가 진입해 구조 장애물을 걷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협소한 공간 탓에 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아직 이곳에는 인부 조모(49)씨가 매몰돼 있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조씨를 구하기 위해 소방당국은 분주히 움직였다. 조씨의 가족과 이곳 주민들은 주민들은 초조한 눈빛으로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건물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 7일 11시31분쯤 서울 종로구 낙원동 종로3가역 4번 출구 인근 지상 11층, 지하 3층짜리 호텔 철거 공사 현장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인부 조씨와 김모씨(60)가 매몰됐고, 또 다른 인부 김모씨(54)와 포크레인 기사 문모씨(42) 등 2명은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매몰돼 있던 두 명 중 한명인 김씨는 매몰된지 19시간여만인 8일 오전 7시께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인명 구조견이 조씨가 매몰돼 있을 것으로 보이는 위치를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는 건물 1층에서 철거 작업을 하던 굴삭기의 무게를 바닥이 견디지 못하고 지하 2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조씨와 김씨가 굴삭기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 인근에서 작업하다 변을 당했다.
해당 건물은 지난 1984년 지상 11층·지하 3층 규모로 지어져 지난해 11월 철거작업을 시작한 후 사고 발생 당시 지상 1층과 지하 3층 철거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고 역시 관련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철거 현장에 대한 면밀한 안전점검 없이 굴삭기가 무리하게 철거 작업에 진입해 바닥이 무너져내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도 이번 사고가 건설 업체들의 업무상 과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철거 당시 안전의무 등을 지켰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철거현장 붕괴사고와 관련 철거작업에 책임이 있는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철거작업에 참여한 업체는 '신성탑건설', 다윤CNC', '황금인력' 등 3개 업체로 파악됐다. 사망한 인부 김씨와 매몰된 인부 조씨는 '황금인력'이라는 인력업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가 생명을 앗아간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일대 지하철 공사 현장이 무너져 인부들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무리한 하청·재하청 구조로 인해 안전 점검을 소홀히 했던 것이 밝혀지면서 지난 8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하청 건설업체 관계자 19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도 서울 홍은동의 한 건물이 용도변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10월에는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 철제 덮개가 붕괴돼 그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27명이 지하로 떨어져 16명이 숨지고 11명이 크게 다쳤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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