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로부터 강제 임신중절(낙태)이나 정관 수술을 당한 한센인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한센인은 나병을 앓는 환자를 가리킨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5일 강영주 씨(81)를 비롯한 총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센인들이 배상을 거부하는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받은 첫번째 확정판결이다.
재판부는 "국가 소속 의사들이 행한 수술로 입은 한센인의 손해에 대해 국가가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국가 소속 의사들이 시행한 강제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한센병 예방이라는 보건정책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수단의 적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한센인들이 동의했더라도 한센병이 유전되는지, 자녀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적 편견과 차별과 열악한 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승낙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3월 정부를 상대로 각 1억원씩 배상해 달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강씨를 비롯한 9명은 정관 수술을 당했고 김순녀 씨(83)를 포함한 10명은 낙태 수술을 당했다.
당시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강씨 등 9명에게는 각 3000만원, 김씨 등 10명에게는 각 400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에서도 동일한 판결이 나오자 국가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
대법원 관계자는 "한센인들의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한 행위"라며 "대한민국은 그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밝힌 첫번째 대법원 판결"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경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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