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측이 23일 법정에서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의 업무수첩은 증거 수집 과정에 위법 논란이 있다"며 압수수색 영장 등 압수의 근거가 되는 문서를 확인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직원 5명의 뇌물 혐의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부회장 측은 이 같이 말했다. 또 "업무수첩 등 일부 증거들의 전체 내용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특검에 명령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는 안 전 수석의 피의자신문 조서와 수첩 내용을 일부만 (발췌해) 재판부에 냈는데 발췌본이 실제 안 전 수석의 수첩이 맞는지, 기재된 내용의 전후 사정이 어땠는지 알려면 전체 내용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체 내용을 확인한 뒤 기존 증거들의 증명력을 다투겠다"고 했다.
문제의 수첩은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65), 최순실 씨(61·구속기소) 등의 뇌물 혐의와 관련한 주요 증거로 꼽힌다. 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간의 대화 내용,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정황 등이 적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 측은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아 특검 측과 다투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 법정에선 이 부회장 측이 지난 기일에 "삼성 에버랜드 사건 등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이 공소장에 쓰였다"고 지적한 데 대한 특검 측의 반박도 나왔다. 특검 측은 "그 사건은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구성요건"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사건이지만 경영권 승계의 대가성과 관련돼 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검토한 뒤 다음 기일께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날 이 부회장 측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최씨 딸에 대한 승마지원을 위해 허위 계약을 맺은 사실이 있는지 등 공소사실과 관련한 기본적인 입
재판부는 오는 31일 한 번 더 준비절차를 열고 4월 5일 또는 6일께 첫 공판을 연 뒤 매주 2~3회 집중 심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사건 기록만 2만5000여 쪽, 관련 조사자만 210여 명에 달해 방대한 양의 증거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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