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용산역 인근 전자제품 상가. 이 일대에는 '몰래카메라', '특수녹음기' 라고 적한 광고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음성녹음기·위치추적기를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매장에 들어가봤다. 4~5평 남짓한 이곳엔 007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비들로 가득했다.
매장 주인 A씨는 "녹음기 사러오셨죠. 뭐 몰래 (녹음)하셔야 되나봐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곧 이어 그는 USB, 볼펜 등 다른 물건을 가장한 초소형 녹음기를 꺼내 보였다. "좀 비싸긴 해도 볼펜이 제일 잘나간다"며 "하루 종일 켜놔도 다 녹음될 정도로 용량이 크고, 다른 사람들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가 보여준 볼펜 모양 녹음기는 길이가 10cm 정도로 감쪽같았다. 가격은 13만 2000원. '몰래 녹음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느냐'고 묻자 A씨는 "요즘 핸드폰으로 통화도 다 녹음하지 않나"라며 "변호사들도 재판 앞두고 녹취해둔게 없느냐고 묻는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에서는 대학생 김모(23)씨가 이동식 저장장치(USB) 형태의 녹음기를 구입하려고 흥정하고 있었다.
그는 "강의녹음에 사용하려고 구입했을 뿐 당장 몰래 녹취를 하려는 건 아니다"면서도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겸사겸사 샀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녹음기를 판매하는 한 가게 주인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소형 녹음기 관련 문의가 두배 가까이 늘었고 하루에 많게는 10대이상 팔린다"며 "최순실이 배불려 준게 녹음기 사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녹음기 판매상 뿐만 아니라 용산역 인근 전자상가에 있는 '데이터 복구(디지털 포렌식)' 업체들도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최근 휴대전화 통화록 녹취가 법정에서 광범위하게 증거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곳의 한 휴대폰 수리업체는 '휴대폰 수리' 푯말 옆에 '데이터 복구'라는 입간판을 따로 마련해 세웠다.
직원 김 모씨(32)는"주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나 사진을 복원할 수 있냐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복구 작용 비용은 대당 10만~20만원선. 최근에는 법원에 복구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일부 업체에서는 재판 증거용으로 따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복원 데이터가 위·변조 되지 않았다는 증거 형식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경우 10만~2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의뢰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용산상가 뿐만 아니라 녹음내용을 풀어 문서로 만드는 속기사들도 호황을 맞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년새 속
[유준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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