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57·사법연수원23기·차장검사급)를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기용했다. 아직 검사장 승진도 하지 않은 윤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한 것은 검찰 직급상 깜짝 인사다. 윤 신임 지검장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 수사 때 박근혜 정부의 외압 의혹을 폭로하는 등 이른바 항명파동으로 좌천됐다가 이번에 핵심보직으로 복귀했다.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11년만에 호남 출신 인사인 박균택 대검찰청 형사부장(51·21기)을 임명했다. 전날 '돈봉투 만찬' 파문으로 사의를 밝힌 뒤 법무부·검찰의 감찰을 받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18기)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을 각각 부산고검과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전보조치했다. 이창재 법무부장관 권한대행(52·19기)은 이날 오전 청와대 인사 발표에 앞서 "이번 사건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빅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한꺼번에 교체하면서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인적쇄신을 통해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추가수사도 검찰에 지시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사는 최근 돈봉투 만찬 논란으로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이 실시되고 당사자들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와 관련해 사건 공소 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 인사했다"며 윤 지검장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기존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한단계 낮춰 수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윤 수석은 "서울중앙지검장이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이후 정치적 사건 수사에 있어 검찰총장 임명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계속돼 온 점을 고려해서 종래와 같이 검사장급으로 환원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안팎에서 업무 능력이 검증된 해당 기수의 우수 자원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해서 향후 검찰 개혁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은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의 주요 현안 사건 수사 및 공소유지, 검찰 개혁과제 이행에 한층 매진하고 최근 '돈봉투 만찬' 등으로 흐트러진 검찰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검찰인사를 발표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인사배경과 의미부터 설명한 뒤에 '윤석열 승진' 명단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이번 검찰 인사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고심 끝에 결정했으며 앞으로 강도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신임 지검장은 이날 정오께 서초동 특검 사무실
[강계만 기자 /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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