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또 갑질, 협력업체 남품 단가 인상하자 설계도면 빼돌려

중견기업 A사가 협력업체가 개발한 설계도면을 다른 업체로 빼돌려 동종 제품을 싸게 납품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납품 단가를 올리려는 피해업체와 재계약을 거부하고 협력업체의 성장 사다리를 제거한 전형적인 갑질 사건이다.
24일 인천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납품 단가를 인상한 B사와 재계약을 거부한 뒤 B사의 설계 도면을 빼돌려 C사에 건네 동일 제품을 납품 받은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로 A사 전무이사 D씨(49), C사 경영본부장 E씨(39)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D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B사가 연구 개발한 디스플레이 제작용 진공장비를 설계도면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B사와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진공 장비 20여대를 납품 받은 뒤 추가로 50대를 재계약 하는 과정에서 B사가 1대당 5500만 원인 납품단가를 500만 원 가량 인상하자 재계약을 거부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렀다. B사로부터 설계도면을 받아 장비를 제작해오던 C사는 A사와 전속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B사가 만든 설계도면을 빼돌려 해당 장비를 직접 만들어 납품하고 총 21억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사 역시 6개월 동안 C사로부터 70여대를 납품받아 16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올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제품 매출이 갑자기 줄거나, 동일 제품이 거래처에 납품되는 경우 기술유출을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