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매일경제 취재결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거리 일대에는 예전에 볼 수 없던 '대자보'와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붙기 시작했다. "집회 시위 제발 그만! 우리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제목이 달린 대자보와 플래카드다. 지난 8일부터는 아예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1층에 집회·시위 주민 피해사항 접수처까지 꾸렸다. 창구를 마련한지 이틀 밖에 안됐지만 벌써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 수십명이 다녀갔다.
이날 접수처를 찾은 60대 신모씨는 "효자동에서 태어나 평생을 여기서 보냈다"며 "대통령과 이웃사촌이라는 자부심으로 고향을 지켜왔는데 이제는 주민들 사이에서 이사 가고 싶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측정한 집회장 주변 소음은 환경정책기본법과 집시법 상 소음환경기준인 주간 65dB(데시빌)을 훌쩍 넘고 있다. 1인 시위부터 노동단체 집회 장소 곳곳에서 확성기·마이크를 사용하거나 노래를 틀어 놓기 때문이다. 주민 강모씨는 "이 곳 주변에 경복고·청운초·청운중·경기상고 등 학교만 줄잡아 6~7개"라며 "학습권을 비롯해 주민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집시법 8조 5항은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학교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으면 집회·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새정부가 지난 6월 청와대 앞길을 개방하고 경찰이 새정부 기조에 맞춰 느슨한 집회관리 방침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있으나 마나해 졌다. 청운초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유 모씨는 "골목골목 마다 집회 참가자들의 음주와 흡연, 심지어 오줌 누는 장면까지 보이면서 이제는 눈을 뜨고 못 볼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곳 주변엔 국립맹학교와 농학교, 장애인 지원 전문단체 푸르메재단과 종로장애인복지관 등 장애인 지원시설이 밀집해 있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길 건너에 있는 푸르메재단과 종로장애인복지관은 매일 200여명 이상 장애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있는 데 시각장애인들의 나침반이 되는 보도 위 점자 블록을 시위대가 점령하기 일쑤인데다 휠체어가 다닐만한 통로도 번번이 막히고 있다는 게 복지단체들 얘기다.
지난해 '촛불시위'로 적잖은 매출 피해를 감수했던 상인들도 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상인 조 모 씨는 "개업한지 1년도 안된 인근 꽃집은 수억원 빚만 지고 결국 이달 말 가게를 정리한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오는 14일까지 이같은 피해 사례를 추가 접수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서울시 등 12개 관련 정부 기관에 전달할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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