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만 1조 원대에 달하는 스포츠 도박사이트 1백여 곳에 실시간 경기 영상을 불법으로 제공해 도박에 이용하도록 한 일당이 붙잡혔다.
해외에 스튜디오까지 만들고 새 도박사이트를 개설했는데 "고소득으로 해외 근무하는 꿀직장"이란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20~30대 취업준비생도 범행에 가담했다가 전과자로 전락했다.
10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국민체육진흥법상 유사행위금지 및 형법상 도박장소등개설 등 위반 혐의로 중계업소 사장 김모(44) 씨 등 16명을 검거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일당은 전 세계의 스포츠 경기 영상을 실시간 중계하는 스튜디오와 직접 개발한 도박게임인 '나인볼'을 중계하는 방송국을 차려 국내 도박사이트에 제공했다. 수사 결과 김 씨는 프로그래머를 고용해 중계 프로그램 및 중계 사이트를 제작하고, 경기도 부천 및 미얀마에 스튜디오를 마련해 영업관리 이사, 마케팅 담당, 스튜디오 관리, 딜러 등을 고용하며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2015년 2월부터 운동경기 중계사이트를 개설하고 36대의 컴퓨터를 설치해 베팅이 가능한 전세계 스포츠 경기를 중계했다.
이들은 국내 66개 도박사이트에 월 150만~250만원의 중계비를 받는 조건으로 중계 영상을 제공해 총 16억7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김 씨 일당은 영업관리 이사, 마케팅 담당, 스튜디오 관리, 딜러 등을 고용해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는 20~30대 취업준비생도 있었는데 모두 "고액 연봉을 준다" "해외근무 가능하다"는 꾀임에 넘어간 젊은이들이다. 그러나 대다수 직원들은 약속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감금에 가까운 상황에서 근무했다. 광주에서 살다 미얀마 스튜디오에 취업해 근무했던 A씨(38)는 경찰 조사에서 "월급은 받지 못했고 음식조차 제대로 안 줘 체중이 10kg이나 빠졌다"며 "스튜디오도 차량으로 방콕 공항에서 9시간 떨어진 빌라여서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없
최재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팀장은 "도박 경기 방송을 외부에 파는 전문 중계업체가 생기는 등 도박 사이트가 전문화, 분업화되고 있다"며 "이를 이용해 저비용으로 도박사이트를 개설하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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