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택시노조) 소속 50대 택시 운전 기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분신을 시도한 끝에 결국 숨졌다. 지난 7일 시범운영을 개시한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해 극단적 행동을 벌인 것으로 추정돼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0일 오후 2시께 택시기사 최 모씨(57)가 국회의사당 외곽 도로에 정차한 후 택시 안에서 온 몸에 휘발성 물질을 뿌려 분신했다고 밝혔다. 중상을 입은 최 씨는 주변 경찰관 등에 의해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2시 50분께 결국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오후 1시 59분께 택시를 타고 국회 정문 앞에 도착했다. 국회 앞을 지키던 경찰은 택시 조수석에 휘발유통 같은 것이 보이고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검문을 시도했다. 그러자 최 씨가 도주해 여의2교 방면으로 향했고 여의도지구대 순찰차가 그 뒤를 쫓았다.
최 씨의 택시는 여의2교 직전 사거리에 차량이 밀려있자 인근 하위차로에 정차했다. 경찰 측은 이후 곧바로 차량 내부가 연기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뒤이어 도착한 여의도지구대 순찰차가 소화기로 진화했고 119 구급대가 최 씨를 병원에 이송했다.
경찰과 주변 인물 등에 따르면 최 씨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해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택시노조 관계자는 "최 씨가 오후 1시 48분께 자기 하나 희생해서라도 카풀을 막겠다고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앞에서 분신하겠다. 미안하다'는 최 씨의 말에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택시 회사인 H교통 8년차 근무자이자 택시노조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분신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택시업계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이번주 수요일부터 국회 앞에 (카풀 거부) 천막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그게 분향소가 될 지 몰랐다"며 "고인이 오죽 힘들었으면 이런 선택까지 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동기 등을 수사 중이다.
이번 사고로 택시업계의 반발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택시업계는 지난 7일 카카오 카풀의 시범 서비스 결정으로 3차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었다. 또 카카오택시 콜 거부 운동 및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열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2일 4개 택시단체의 카풀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어 국회가 카풀 규제를 풀지 못하
앞서 10월 18일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렸고 일부 지자체에선 택시기사들이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희수 기자 / 문광민 기자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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