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파업이 지속되고 닛산 로그 후속 물량도 받지 못한다면 공장 가동률이 반토막이 아니고 4분의 1 토막이 나게 생겼습니다"
20일 르노삼성차 노조가 9일만에 다시 파업에 나서는 등 노사분규가 점점 악화하면서 협력업체 사이에선 "이러다 다 죽게 생겼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로그 후속 물량을 받지 못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협력업체들의 우려가 공포감으로 바뀌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르노삼성차 협력업체 A사 대표는 "5개월간 이어진 파업으로 생산 물량이 절반 가량 줄었는데 르노그룹에서 후속 물량 등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며 한숨지었다.
이 대표는 "물량이 줄어들어 직원들 휴가 보내고 교육을 시키는 등 억지로 버티고 있는데 앞으로 물량이 더 줄어들면 직원들을 대량 해고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노는 인력이 대거 발생해 3조 2교대 근무제에서 2조 2교대 근무제로 바꿨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B사 대표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라 직원을 뽑는게 쉽지 않다. 일감이 없더라도 사람을 최대한 자르지 않고 버티는 것은 다시 직원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파업이 지속되고 물량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버티지 못하고 줄도산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11일 하루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20일부터 22일까지 작업 구역별로 지명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지명파업이란 노조에서 지명한 근로자나 작업 공정별로 돌아가며 파업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지금까지 주간과 야간 작업조로 나눠 4시간씩 하루 8시간 동안 모든 공정을 멈춰 세웠던 전체 부분파업과는 다른 방식이다. 노조는 20일에는 조립 공정만 주야 4시간씩 하루 8시간 파업하고, 21일과 22일에는 에는 조립, 도장, 차체 공정의 구역을 나눠 지명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회사 측은 지명파업에 들어가면 전체 생산 공정 가운데 부분적으로만 파업이 이뤄지겠지만 자동차 라인 생산 방식의 특성상 다른 공정도 작업을 하지 못해 전체파업과 마찬가지로 차량을 출고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부분파업을 하고 있으며 이번 주 3일간의 파업을 더하면 지금까지 누적 파업시간은 192시간에 달한다. 생산 차질액도 2170억원 수준이다.
실제로 르노삼성차 노조가 이번 주 3회에 걸쳐 지명파업을 벌이면 부산공장 가동률은 40%대로 떨어지게 된다.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부산과 경남 등 르노삼성차 협력업체들은 휴업이나 단축 조업을 하는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협력업체 C사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르노삼성차 파업으로 인해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며 "차라리 한 달간 파업을 한다고 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정부로부터 휴업수당이라도 받을수 있는데 르노삼성차는 계속 부분파업을 하고 있어 협력업체들이 골병이 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D사 대표는 "협력업체 대표들 사이에서는 최근 노조가 더 강경하게 파업을 하고 있는 것은 민주노총이 개입하고 나섰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다른 완성차 직원들은 월급도 더 받고 노동강도도 훨씬 덜하다는 등 열심히 일하고 있는 르노삼성차 노조원들을 부추겨 이런 사단이 난 것"이라며 흥분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부산지역에서 1~3차 협력업체 31곳과 관계를 맺고 있다. 협력업체들의 고용인원은 5000여 명, 매출액은 5000억 원에 이른다. 오린태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갖춘 인프라를 고려하면 매년 30만 대 이상은 생산해 줘야 하는데 지난해 22만 대를 생산하는데 그쳤다"며 "앞으로 생산물량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여 협력업체들은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강서구에 위치한 E사 대표는 "지난해 자동차 업계에서 흑자를 낸 기업은 고작 10%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동차 관련 산업의 부진이 도드라진 데다가 최저임금 문제까지 겹치다 보니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르노삼성차 협력업체들은 앞으로 희망이 없다는데 더 좌절하고 있다"며 "현재 SM6와 QM6가 그나마 좀 팔리고 있지만 곧 출시되는 소나타 등 타사 신제품에 많이 밀릴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판매량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협력업체 F사 관계자는 "르노그룹은 철저하게 전 세계에 있는 공장들을 비교하며 생산성을 따지는데 르노삼성의 임금은 높아지고 생산성이 떨어지면 물량을 제대로 주겠느냐"며 "지금이라도 노사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하루빨리 타협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 등이 오르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생산비용이 일본보다 20% 가량 높아지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만 보더라도 일본 규슈지방은 시간당 730엔이지만 한국은 8350원으로 우리나라가 11% 비싸다. 또 엔저 등으로 환율 격차도 벌어지면서 지금은 전체 생산비용에서 한국 부품업체가 일본보다 20%가량 높아졌다.
이처럼 생산비용이 역전되면서 부산·경남 자동차 부품업체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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