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나라' 에버랜드를 채우는 각양각색의 놀이기구는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보기만해도 짜릿한 롤러코스터의 숨은 비밀은 뭘까.
에버랜드 어트랙션 기획자 박태현 수석은 놀이기구의 아버지와도 같은 인물이다. 에버랜드의 간판 놀이기구인 '티익스프레스'(T-Express), 케리비안 베이의 '메가스톰' 등이 박 수석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어트랙션 기획자는 놀이기구의 배치와 구성을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는 직업이다.
박 수석은 "인터넷에서 괜찮은 놀이기구를 주문해서 해당 구역에 심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며 "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위대한 직업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는데 어트랙션 기획자는 그 사이에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먼저 고객 연령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역별로 놀이기구를 배치한다. 해당 구역에 어떤 놀이기구가 들어갈지 종류가 정해졌다면 보다 디테일한 작업이 필요하다. 코스터의 재질과 스릴 강도를 조절하는 기획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그는 "국내에 잘 없는 롤러코스가 어떤 것이 있을 지 생각하던 중 나무로 된 코스터를 생각하게 됐다"며 "우든(Wooden) 코스터로 종류를 정했다면 비명을 지를 정도로 무서운 것인지 스릴 강도 등을 고려해 레일 설계를 검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3월 첫선을 보인 에버랜드의 티익스프레스 등이 이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티익스프레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롤러코스터 전문 랭킹 조사기관인 미국 미치 호커(Mitch Hawker)가 발표한 2010년 랭킹에서 우든코스터 부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어트랙션 기획자는 놀이기구를 배치하고 기획하는 작업 이외에 설계상으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일도 담당한다.
박 수석은 "기하학적인 코스 설계가 끝나면 제조사에서 구체화된 3차원 도면을 만든다"며 "제조사의 설계와 에버랜드 측의 설계도를 꼼꼼히 비교하고, 기둥을 하나 옮기더라도 도면에 즉각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에버랜드 어트랙션 기획자 박태현 수석.[사진제공:에버랜드] |
그는 "바이킹이 수십년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진자 운동을 하면서 횡격막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그 느낌을 탑승자들이 즐기기 때문"이라며 "그 느낌이 과하지 않게 강약을 조절하는 식으로 놀이기구 관리 지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놀이기구의 트랜드에 대해서는 단연 '가상현실(VR)' 이라고 강조했다. 에버랜드는 지난 2017년 가상현실 놀이기구 '로봇VR'과 '자이로VR'을 선보였다.
로봇VR은 에버랜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봇과 VR을 결합해 선보인 놀이기구다. 로봇 팔에 탑승해 삼성전자 기어VR을 쓰면 '태권 브이(V)'의 주인공이 돼 상대방과 격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로봇VR의 프로그램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우주 비행조종사가 돼 적과 싸운다는 설정인 자이로VR도 내놓았다.
다만 박 수석은 놀이기구의 재미도 재미지만 무엇보다 안전관리에 신경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버랜드의 놀이기구는 국제 놀이기구 안전 규정인 독일 ’TUV(Technischer Uberwachungsverein)’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그는 "놀이기구 정식 오픈 전 안전관리 차원에서 빈차들을 계속 보낸다"며 "사람이 탔을 경우를 가정해서 사람의 무게와 비슷한 짐을 놓고 몇천회를 반복해 돌리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평소에도 에버랜드 곳곳을 누비며 이
그는 "에버랜드에서의 경험이 특별한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1년에 한번씩은 에버랜드에 있는 놀이기구를 점검 차 다 타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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