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를 조작해 채용 청탁받은 지원자를 합격시키고 여성 지원자들의 면접 등급을 인위적으로 낮춘 혐의를 받는 IBK투자증권 전·현직 인사 담당자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내려졌다.
1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권영혜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IBK투자증권 전 부사장 김 모씨(61)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경영인프라본부장 박 모씨(50)는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나머지 직원 2명과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IBK투자증권 법인에겐 각각 벌금 500만~800만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채용의 공정성은 사회적으로 더욱 더 중요한 가치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피고인들은 인사 청탁을 이유로 심사위원 점수를 사후에 조작해 특정 지원자를 합격자로 만들었고 여성을 합리적 이유 없이 채용에서 배제했다"며 "이는 채용과정에서의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한 일반 지원자의 신뢰를 정면으로 저버리는 행위로서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사장에 대해 "피고인은 개인적 친분관계에 의해 부하 직원에게 사실상 특정 지원자 채용을 지시했고 그 결과 채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이 채용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등급 조작 등 부정 행위를 지시하거나 관련한 구체적 보고를 받은 게 아닌 점, 자신의 처신에 반성하는 점, 그간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김 전 부사장은 2016년 대졸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석사 학위 논문 심사를 맡은 대학 지도교수의 조교를 합격시켜달라고 청탁해 업무방해 혐의를 받아왔다.
재판부는 박 전 본부장에 대해선 "피고인은 이 사건에서 가장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다만 피고인이 인사추천이란 명목 아래 이뤄진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 전 본부장은 IBK투자증권 사장을 지낸 전직 임원으로부터 최수규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의 아들을 합격시켜달란 청탁을 받고 점수 조작에 나선 바 있다. 또 남성 직원이 영업을 더 잘한다고 주장하며 여성 지원자들의 실
IBK투자증권 법인에게 벌금형을 내린 것에 대해 재판부는 "증권업계에서 남성 직원이 여성 직원보다 경쟁력이 있다 여기고 선호한다는 과거의 잘못된 사고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한 사정이 있다"며 "차별 받은 여성 지원자 수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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