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에 홍콩 사태가 촉발한 외부 악재 외에, 장기 불황에 따른 여행수요 급감이라는 내부 악재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당분간 감원 한파는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1위 하나투어는 지난 10일자로 안식년 기준을 완화하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여행업계 실적이 고점을 찍었던 작년 10월 비상경영(도약경영)을 선포할 당시 안식년 기준을 기존 10년 이상 재직자에서 3년 이상 재직자로 완화한 데 이어 10월부터는 만 1년 이상 재직자부터 1개월에서 1년까지 안식년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내부 직원들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안식년 신청 조건 완화라는 유연한 용어를 쓰긴 했지만 사실상 무급휴직과 맞먹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직책자의 직책 수당, 직무 담당자의 직무 수당을 10% 가량 깎는 직접적인 경비절감 조치까지 시행되면서 분위기는 더 흉흉하다.
하나투어와 함께 업계 터줏대감인 모두투어는 보다 직접적인 칼을 빼들었다. 12개월 통상임금을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지난 7일부터 40세 이상 무직책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모두투어가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 건 이번이 세번째다. 여행업계 불황이 시작된 작년말 창사이래 첫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 뒤 올 3월과 10월 연이어 퇴직 접수를 이어가고 있다. 무급휴직 역시 1개월에서 6개월까지 신청할 수 있다. 심지어 이번 조치가 지난 1일 대대적 조직개편과 보직변경에 이어 단 1주일만에 시행되면서 내부 직원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모두투어 자회사 자유투어도 감원 한파에 흔들리고 있다. 여행사 직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블라인드 등 폐쇄형 SNS 게시판에는 전직원의 3분의 1을 한직으로 전보 발령 냈다는 하소연까지 올라오고 있다.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200명 직원에 80명 전보라니. 팀장 파트장들 보직해임한 게 지난 주 금요일이다"며 "사직서까지 일제히 받아가면서, (그래놓고) 구조조정은 아니라니 말이되냐"며 분통을 떠뜨렸다.
일본 불매운동과 홍콩 사태 충격파도 서서히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2분기까지는 실적에 반영이 되지 않았는데, 3분기 부터 어 여파시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조직개편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등 여행사내 일본팀과 홍콩팀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모두투어는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했던 일본팀 규모를 종전 60명에서 20명으로 3분의 1 이상 축소했다. 특히 신규 예약이 전멸된 10월과 11월
익명을 요구한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1위와 2위인 하나 모두가 이 정도 분위기라면 중소여행사들은 사실상 개점휴업으로 봐도 된다"며 "일본, 홍콩 아웃바운드만 전담했던 소규모 여행사들은 이미 문을 닫은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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