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객장에서 간부인 척 행세를 하며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면 증권사도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까요?
객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휘·감독할 의무가 증권사에 있는 만큼 30%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김경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2004년 11월 지점장의 승낙을 받은 이 모 씨는 한 증권사의 정자동 지점에 개인 사무실을 마련합니다.
평소 부장님으로 불리며 개인 여직원까지 둔 이 씨는 모 회사의 대주주였던 최 모 씨에게 주가를 끌어올려 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합니다.
자금이 부족했던 최 씨는 A 씨에게 투자를 요청했고, A 씨는 부하 직원을 시켜 50억 원을 직접 이 씨에게 건넸습니다.
하지만 주식투자로 벌써 수십억 원의 돈을 날린 이 씨는 종적을 감췄고, 결국 사기 혐의로 체포돼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한 A 씨는 이 씨와 미래에셋 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서울고법 민사12부는 이 씨가 증권사 부장으로 행세하면서 거짓 현금보관증까지 써준 만큼 A 씨에게 5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씨가 부장으로 행세해 왔던 것을 묵인해온 증권사에 대해서도 30%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박형준 / 서울고등법원 공보판사
- "고객이 사기 피해를 입는데 증권사가 기여했다고 판단해 피해액 일부를 배상하도록 명함으로써 고객보호 의무를 강조하였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업무가 이뤄지는 증권업의 특성상 객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mbn뉴스 김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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