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달래는 금강산 상봉행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강제징용을 피해 나서는 길에 사과를 사서 빨리 돌아오라는 딸의 응석이 마지막이었다는, 예순이 넘은 두 아들을 위해 학용품과 양말을 한 가방 준비하는 두 할아버지를, 제주방송 김찬년 기자가 만났습니다.
【 기자 】
6.25 한국전쟁으로 32살의 나이에 가족들과 생이별한 차재순 할아버지.
60년이 흘러 어느덧 91살이 됐지만,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강제징용을 피해 밤낮으로 숨어다녔고, 사과를 사서 빨리 돌아오라는 당시 7살배기 딸의 응석이 마지막 인사가 되었습니다.
▶ 인터뷰 : 차재순(91, 제주시 일도1동)
- "끌려가는데 7살 난 딸이 사과 사서 빨리오라고, 그래서 이번에 사과를 사서 간다."
60년 동안 꿈꿔왔던 간절한 소원이었기에 할아버지는 며칠째 밤잠을 설칩니다.
▶ 인터뷰 : 차재순(91, 제주시 일도1동)
- "죽기 전에는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이제는 여한이 없다."
젖먹이 아들 2명을 두고 전쟁터로 끌려 온 올해 85살의 강범락 할아버지.
이미 환갑을 넘긴 두 아들이지만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늘 변함이 없습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응급약이며 학용품, 양말 등을 챙겨보지만 60년 그리움을 담기에 아버지의 가방은 너무나 작습니다.
▶ 인터뷰 : 강범락(85, 제주시 영평동)
- "뭘 줘야 할지 모르니까 그냥 필요한 것들 이것저것 다 샀다. 더 사고 싶은데…."
평생 가슴 속으로만 외쳤던 가족의 이름을 부르러 오는 26일 금강산을 향하는 차재순, 강희락 할아버지.
이제는 통일이 되어 이별 없는 여생을 보내고 싶다며 마지막 소원을 빌었습니다.
kctv뉴스 김찬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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