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가시와 레이솔의 ACL 16강 1차전은 아쉬움이 진한 내용과 결과를 남겼다. 홈에서 열린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0-2로 패했다.
홈&어웨이로 진행되는 토너먼트에서, 게다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룰’을 감안했을 때 안방에서 2골을 내주고 패했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내용으로도 곱씹히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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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넣지 못했으니 공염불이 됐으나 전북 특유의 ‘닥공’ 스타일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언급했듯 주요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전북의 화력은 상당히 뜨거웠다. 다음 주 원정에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돋보였던 것은 역시 라이언킹 이동국이었다. 시쳇말로, 이동국은 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으나 왜 이동국이라는 공격수가 상대에게는 부담이요 동료들에게는 큰 힘인지 입증했던 경기다.
경험이 많은 중앙 미드필더가 없었다는 것과 맞물려 전북의 공격은 단조로운 패턴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허리를 거치지 못한 롱패스나 측면에 기댄 크로스가 주요 루트였다. 가시와로서는 수비하기가 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결정적인 찬스를 수차례 만들어냈다.
표면적으로는 박희도와 이승기 그리고 에닝요가 눈에 띄었다. 측면을 헤집고, 때때로 문전을 파고들던 세 선수의 움직임은 ‘닥공’의 자존심을 세운 힘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보이지 않는 배경이 있었다. 바로 이동국의 ‘움직임’이다. 이동국이라는 스트라이커가 수비수를 붙이고 다니면서 동료들의 공간이 열렸다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다. 파울을 얻어내는 것도 발군이었다.
이 경기에서 전북은 꽤 많은 프리킥 찬스를 만들어냈다. 대부분 이동국이 얻어낸 파울이었다. 킥을 전담했던 에닝요의 ‘한방’이 터졌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이동국의 파울 유도가 더 가치가 있었던 것은 위치가 상당히 좋았다는 것이다. 거의 페널티에어리어에 근접하는 곳에서, 상대 진영 깊숙한 곳에서 파울을 유발했다. 기본적으로 패스를 받는 위치가 좋았고, 컨트롤이 뛰어났으며, 수비수를 제치려는 동작이 발군이었기에 가능했던 장면들이다.
빠르진 않았다. 활동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동국은 시의적절한 움직임으로 가시와 수비진을 괴롭혔다. 경기 후반부에 이르러 체력이 떨어져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사항은 있으나 이동국은 과연 이동국이었다.
홈에서 2골이나 내주고 패했으니 전북이 8강에 오를 수 있는 길은 3골차 승리뿐이다. 원정이고, 상대가 안정적인 운영을 펼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전북이 기댈 수 있는 것은 모험적인 ‘닥공’의 힘이다. 그렇다면
본인이 넣어야하고 혹은 본인의 힘을 빌려 동료들이 넣을 수 있는 그림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1차전은 비록 운과 합쳐지지 못했지만, 아쉬움 속에서도 빛난 이동국의 움직임이라면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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