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임성일 기자] 언제나 명랑하고 쾌활한 김신욱이 진지모드로 바뀌었다. 심지어 긴장이 된다는 말까지 했다. 부담스럽고 두렵다는 게 아니다. 너무나도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이었다.
오는 18일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8차전을 앞두고 있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결정의 땅’ 울산에서 첫 훈련을 소화했다. 15일 오전 전세기를 통해 울산에 도착한 대표팀은 오후 6시30분 곧바로 울산종합운동장에서의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점검했다.
김신욱은 “홈에서의 경기라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이곳에 도착하니까 또 부담스럽다”는 말을 했다. 일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한국은 거의 브라질월드컵 본선행을 결정지었다. 이란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 1위가 되고, 만에 하나 패한다 하더라도 골득실이 워낙 앞서고 있어 진출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어깨의 짐, 사실상 덜어냈다. 그러나 공격수들은 아직 마음이 무겁다.
이기기는 했으나 우즈벡전에서 우리가 기록한 골은 없었다. 상대 자책골에 편승한 신승이었다. 그에 앞선 5일 레바논 원정도 종료직전 김치우의 프리킥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큰일이 날뻔했다. 이렇듯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공격수의 한 사람으로서 김신욱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에 따른 부담이나 걱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김신욱은 “물론, 공격수로서 이제는 골을 넣어야한다는 측면에서의 부담도 있다. 하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정말 이란을 꼭 꺾고 싶기 때문이다”는 말로 강한 승부욕을 표출했다.
이어 “지난해 원정(0-1패)에서 당한 것을 많은 선수들이 기억하고 있다. 잊을 수가 없다. 반드시 갚아줘야 할 빚이다”면서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축구선수로서, 축구선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복수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멋진 출사표가 아닐 수 없다.
김신욱은 지난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가 끝나고 ‘절친’ 손흥민과 함께 머리를 붉게 염색했다. 그는 “아직 월드컵 본선을
진짜 안방(울산)에서 마지막 이란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신욱은 지금 몹시도 떨린다. 두렵거나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꼭 이겨야하기 때문이다. 지독한 승부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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