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박지성, ‘클래스’는 여전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박지성(32)이 돌아왔다. 건강했던 그는 자신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21일(한국시간) 박지성은 8년 만에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 유니폼을 입고 필립스 스타디움에 등장했다. AC 밀란(이탈리아)과의 2013-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 출전해 68분을 뛰었다.
등번호 33번과 함께 ‘J.S.PARK’이라는 이니셜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은 4-3-3 포메이션의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며칠 전까지 부상 때문에 제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왕성한 체력과 활동량, 재치있는 패스 연결로 필립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에인트호벤 팬을 열광케 했다.

박지성은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68분을 뛴 그는 여전히 헌신적인 플레이로 빛났다. 사진=PSV 에인트호벤 페이스북 홈페이지 캡쳐

복귀 무대도, 스파링파트너도 안성맞춤이었다. 2시즌 만에 밟는 UEFA 챔피언스리그였고, 상대도 AC 밀란이었다. 8년 전 박지성이 유럽 무대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상대를 다시 만난 것. 에인트호벤 입장으로선 향수가 가득하기도 했다. 에인트호벤은 박지성이 떠난 뒤 꿈의 무대 4강 문턱도 밟지 못했다.
그 사연 많은 팀을 상대로 가진 복귀 무대에서 박지성은 모든 걸 불태웠다. 몸을 사리지 않았다. 적극 볼 다툼을 벌였고
하프라인 위쪽에 위치한 박지성은 주로 오른쪽 측면에 배치됐지만, 때에 따라 중앙과 왼쪽으로 이동하며 AC 밀란의 수비를 흔들었다.
새로운 동료들과의 호흡도 ‘척척’이었다. 중원에서 협력 수비로 강합 압박을 가했고, 공격 시 짧은 패스의 연계 프레이도 좋았다. 이타적인 그는 조력자로서 역할을 다했다. 자신이 무리하게 슈팅을 시도하기 보다는 좋은 위치의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전반 8분이 가장 아쉬웠다. 골문 앞으로 쇄도하던 박지성은 감각적인 패스로 뒤로 내줬고, 이를 베이날둠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골키퍼 아비아티의 선방에 막히면서 ‘도움’은 날아갔다.
득점 기회도 찾아올 뻔 했다. 마타브즈의 왼쪽 측면 돌파가 이뤄진 전반 40분에는 골문 앞까지 달려갔지만, 베이날둠의 헤딩 패스가 박지성에게 연결되지 않았다.
전반 15분 엘 샤라위에게 기습적으로 선제 실점을 한 뒤 흔들릴 수 있는 어린 동료들을 잘 리드했다. 끌려다니는 데다 무수한 슈팅마저 골로 연결되지 않아 초조해 할 법도 했는데 박지성은 ‘풍부한 경험’을 살려 팀을 도왔다. 에인트호벤이 전반과 후반 전혀 달리, 경기 템포를 조절하며 제 플레이를 펼쳤다는 건 눈에 띄었다. 그 안에서 박지성은 ‘소금’ 같이 희생을 했고, 후반 15분 기어코 에인트호벤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은 후반 18분 요제프준과 교체 아웃됐다. 두 팀 통틀어 가장 먼저 교체됐다. 실력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선수 보호 차원도 섞인 교체 카드였다. 다들 박지성의 활약상을 알고 있었다.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벗어나 벤치로 향할 때, 필립스 스타디움에는 그의 응원가가 크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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