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현실은 냉정했다. 강호와의 대결이 준 값진 선물이다. 홍명보호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짚어줄 수 있었던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이다.
공격라인부터 미드필드진, 그리고 수비라인까지 홍명보호를 구성하는 3선이 제각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크로아티아전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앞서 만난 상대들과는 소위 ‘레벨’이 달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 7월의 아시아 3개국(중국 호주 일본), 8월의 페루 그리고 지난 9월6일 아이티와 크로아티아는 수준 차이가 있다.
강호 크로아티아와의 대결은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3선 제각각 문제점을 드러냈다. 사진= MK스포츠 DB |
모처럼 강호다운 강호와의 대결을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엇비슷한 수준의 팀과 붙었을 땐 잘 몰랐던 혹은 가려져 있던 문제점들이 강팀과의 만남에서는 어김없이 표출됐다.
공격은, 사실 답답함의 연속이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내내 지적된 것이 득점력 부재다. 물론 지난 6일 아이티와의 경기에서 4골이 터지긴 했으나 그리 개운치 않은 폭죽이었다. 2골은 PK였고 나머지 2골은 손흥민 개인의 기량이 돋보인 골이었다. 마땅한 원톱이 없다는 것과 맞물려 결정력 부재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
크로아티아전도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다. 전반에 조동건을 원톱으로 배치했던 홍명보 감독은 후반 들어 구자철을 전방으로 끌어올렸다. 고육책이었다. 조동건의 플레이가 탐탁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임시방편용 ‘방법적 대안’ 속에서 한국은 또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종료 직전 판세가 어수선할 때 나온 이근호의 만회골은 그저 위로였을 뿐이다.
크로아티아 감독은 “한국은 스피드 조직력 기술 등 모든 것을 갖춘 팀이다. 경쟁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골 결정력은 부족하다. 축구는 골을 넣지 못하면 지는 경기다. 반드시 보완해야한다”는 지적과 충고를 전했고 홍명보 감독은 “이 문제가 언제 풀릴지는 모르겠다. 계속 노력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표현으로 골 결정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을 에둘러 전했다. 전방의 창은 여전히 무뎠다.
허리 라인은 원점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지금껏 주로 하대성-이명주 중원 조합을 축으로 삼았던 홍명보 감독은 크로아티아전에서 변화를 꾀했다. 구자철을 수비형MF로 내려 박종우와 호흡을 맞추게 했다. 하지만, 이 조합은 전반 45분으로 막을 내렸다. 구자철의 수비형MF 가동은 그리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구자철과 박종우의 정확한 역할분담이 되지 않은 채 그저 밑으로 내려서 움직이자 허리에 공간이 너무 휑했다. 상대가 여유롭게 중원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전반에는 미드필드 진영을 많이 내줘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하프타임 때 수정을 해서 후반은 나름 대등했다”는 평가로 전반 허리운영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수준 높은 상대의 압박을 버텨내는 힘도 부족했던 허리라인이다.
수비 역시 지적이 불가피하다. 두 번의 실점 장면 모두 아쉬움이 남는다. 첫 실점은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패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왔다. 두 번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딩슈팅으로 연결하려던 공격수를 완벽하게 놓친 탓이다. 전체적으로 경험 부족이란 약점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베테랑 곽태휘가 합류했으나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탓인지 잔 실수들이 보였다. 수비의 호흡이란 시간이 필요한 법이나, 확실히 무게감 있는 공격수들을 보유한 팀들은 작은 실수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던 한판이다.
결국 공격진은 공격진대로, 허리는 허리대로, 수비라인은 수비라인대로의 문제점을 드러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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