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깜짝 호투를 펼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소니 그레이(25)가 두 번째 등판에서 고개를 숙였다. 잘못 던진 공 한 개 때문에 울었다.
그레이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O.co 콜리세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기대에 걸맞은 투구를 펼치지 못했다. 5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4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그레이는 신데렐라였다. 올해 빅 리그에 승격한 ‘초짜’는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눈부신 투구를 했다. 지난 6일 2차전에서 8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저스틴 벌랜더(7이닝 4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에 판정승을 거뒀다.
오클랜드는 2승 2패로 동률을 이룬 가운데 시리즈 마지막 승부에서 바톨로 콜론이 아닌 그레이를 택했다 절대적인 믿음이었다. 그러나 그레이의 완벽투는 재현되지 않았다.
3회까지는 아주 좋았다. 볼이 다소 많았지만(41개 중 볼 19개) 피안타 없이 볼넷 1개만 허용했을 뿐이다. 배트에 맞아도 공은 멀리 뻗어나가지 않았다. 말 그대로 디트로이트 타선을 꽁꽁 묶었다.
그러나 4회가 문제였다. 4회 1사 후 토리 헌터에게 첫 중전안타를 내준 그레이는 미겔 카브레라와 정면승부를 벌였다. 무모했다. 시리즈 내내 바깥쪽 승부로 카브레라를 요리했던 오클랜드였는데, 안쪽 승부를 택했다가 화를 입었다. 그레이는 1B 후 94마일 패스트볼을 안쪽 높게 던졌다가, 2점 좌월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 한방은 컸다. 팽팽한 균형이 깨졌고, 그 기울기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그레이도 크게 흔들렸다.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추가로 허용하며 만루 위기까지 몰렸다. 오마르 인판테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한숨 돌렸으나 디트로이트 타자들은 그레이의 공을 서서히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6회 빅터 마르티네스와 조니 페랄타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강판됐다. 무사 1,2루의 추가 실점 위기였는데 구원 등판한 댄 오테로가 내야땅볼로 후속타자를 막았으나, 마르티네스가 홈을 밟으면서 그레이의 실점은 3점으로 늘었다.
그레이를 위한 득점 지원도 없었다. 2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 다시 만난 벌랜더가 난공불락이었다는 건 그레이에게 불운이었다. 벌랜더는 탈삼진 쇼를
2차전처럼 벌랜더가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무실점으로 버텨줘야 했던 그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임무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디비전시리즈 5차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오클랜드를 구할 ‘영웅’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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