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가는 것일까. 올해도 프로야구 최강팀은 삼성 라이온즈였다.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서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3연패는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다. 해태 타이거즈(1986년~1989년) 이후 24년 만이다. 2000년대를 주름 잡았던 현대 유니콘스, SK 와이번스도 못했던 업적이다.
삼성은 2011년과 2012년 SK 와이번스를 연거푸 꺾고 ‘삼성 왕조’ 시대를 열었다. 다른 7개 팀을 압도하며 여유있게 정상에 올랐다. 한국시리즈에서도 SK에게 2패를 했으나 삼성의 푸른 피는 워낙 진했다. SK를 짓눌렀고, 삼성의 힘을 보여줬다. 모든 면에서 최고였다.
올해는 위기였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지만,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의 도전에 자리를 위협 받았다. 정규시즌 막바지가 돼서야 1위 자리를 사수했다. 자칫 무너질 뻔했지만 저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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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삼성이었다. 위기가 찾아왔던 삼성 왕조지만 그동안 쌓아온 내공은 대단했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삼성 왕조는 굳건했다. 위기는 많았지만 못 넘을 산이 아니었다. 김상수, 조동찬 등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이승엽이 깊은 수렁에 빠졌으며 윤성환, 배영수 등 몇몇 투수도 부진했다.
그럼에도 선수층은 두산의 화수분 야구보다 더 두꺼웠다. 김태완, 장병곤은 우려와 달리 단단한 키스톤 콤비를 펼쳤다. 이승엽은 침묵했지만 박한이, 채태인, 박석민, 최형우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방을 쳤다. 선발진은 지난해보다 약했으나 불펜은 더욱 단단했다. 차우찬, 안지만, 오승환은 ‘넘사벽’이었다. 불펜은 끝까지 붕괴되지 않았다.
삼성 왕조의 힘은 위기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벼랑 끝에 매달린 사자는 ‘생존 본능’이 깨어났다. 시리즈 내내 침묵했던 타선이 폭발했다
다들 삼성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위기에 처한 삼성이었지만 그 위기 때문에 더욱 강해졌다. 한 번 문을 연 삼성 왕조는 그 문을 쉬이 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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