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 500억원 돈 잔치가 펼쳐진 FA 시장이 마감됐다. 지금부턴 손익계산이다. 내년 프로야구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 해 FA시장에서는 4년 75억의 대박을 터뜨린 강민호(롯데)를 시작으로 최준석의 4년 35억까지 단 9일동안 총 523억5000만원의 FA 계약이 성사됐다. 2004년에 기록된 심정수의 60억원 최고가 기록도 강민호와 정근우(4년 총액 70억원)가 가볍게 넘겼고 장원삼 역시 투수 최고액인 60억원에 삼성 잔류를 선택했다. 총액 50억원을 넘는 대형 계약도 5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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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23억5000만원의 계약이 성사된 FA 시장이 마무리 됨에 따라 내년 프로야구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가장 큰 전력 강화가 기대 되는 구단은 NC다. NC는 우선협상기일이 마감된 지난 17일 곧바로 두산 이종욱과 손시헌을 각각 총액 50억원과 30억원에 4년간 계약했다.
올 시즌 처음 1군 무대에 오른 NC는 신생팀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52승4무72패의 기록으로 당당히 9개 구단 중 7위를 차지했다. 신인급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난해 SK에서 영입한 베테랑 이호준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단결했고, 외국인투수 3명의 호투 및 김경문 감독의 카리스마가 7위의 성적을 가능하게 했다.
다만 수비에서의 키스톤 콤비의 불안과 2번타자의 부재는 약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종욱과 손시헌의 영입을 통해 이를 커버할 수 있게 됐다. 이종욱은 NC의 1번타자로 확실히 자리매감한 김종호와 더불어 강력한 테이블세터진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손시헌은 NC 내야의 야전 사령관 임무를 다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이호준, 이현곤 등 기존 베테랑선수들과 신진급 선수들이 조화를 이룰 경우 일대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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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왼쪽)과 손시헌(오른쪽)을 영입한 NC는 내년 시즌 한층 더 견고해진 전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문 감독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롯데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강팀이었지만 올 해는 5위로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마운드의 불안과 타선의 집중력 부재가 주된 이유였다. 따라서 안정된 안방을 확보하고 장타력을 겸비하게 된 내년 시즌에는 확실한 전력 상승이 기대 된다. 특히 손아섭의 활약에만 의지하던 '똑딱이 타선'의 불명예를 벗어 던질 지 관심거리다.
올 해 FA 시장에서 가장 큰 집중을 받았던 구단은 한화다. 개막전 13연패를 비롯해 일찌감치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는 이번 스트브리그에서 확실한 전력 보충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 일찌감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우선협상기간 동안 이대수 박정진 한상훈 등 3명의 내부 FA 계약을 완료하더니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SK의 정근우와 KIA의 이용규를 각각 70억원과 67억원에 4년간 계약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한화는 탄탄한 내외야 수비력을 확보하는 한편, 공격의 포문을 여는 확실한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하게 됐다. 이용규의 복귀시기가 미지수다. 여기에 마운드의 불안 등 위험 요소는 남아 있지만 최소한 올해 처럼 무기력한 모습은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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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된 정근우와 이용규.사진=전성민 기자 |
반면 전력 약화가 우려되는 구단도 있다.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등 주전급 선수 3명을 모두 이적시킨 두산이 대표적이다.
화수분 야구로 표현되는 두산은 탄탄한 선수층을 바탕으로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해 왔다. 주전급 선수가 부상 등의 여파로 전력에서 이탈해도 이에 버금가는 신진급 선수들이 끊임없이 발굴 되는 특징을 보인 것이 두산이다. 그러나 아무리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이라도 주전급 3명의 선수가 이탈한 여파는 그리 가볍지 않다.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꺼번에 이탈한 공백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을 대신할 대체 자원들이 충분한 전력을 유지하고는 있다. 그러나 한층 얇아진 두산의 전력이 이제까지의 화수분 야구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불어 정근우를 이적시킨 SK와 이용규를 내보내고 이대형을 영입한 KIA도 전력 약화가 우려된다. SK는 지난해 이호준을 NC에 이적시켰고 올 해는 부동의 1루수 정근우를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2년 연속 전력 누수가 예상된다. 기존 선수들이 여전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는 해도 국가대표급 2루수 수비력을 자랑하며 확실한 밥상을 차려주던 테이블 세터 정근우의 부재는 안그래도 어려운 SK의 공격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 시즌 최악의 하락세를 보인 KIA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해 롯데에서 영입한 김주찬의 존재가 있긴 해도 이용규라는 대표적인 타자를 잃게 됐기에 불안함은 여전하다. LG 이대형을 영입해 어느 정도 전력 확보를 기대해 볼 수도 있지만 3년연속 하락세를 보인 이대형이 이용규의 공백을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어째됐든 초대형 계약들이 터져나오며 거대한
각 팀의 대표격이었던 선수들이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된 2014년의 프로야구는 또 다른 형태의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새로운 부대에 가장 효율적인 술을 담을 구단은 어느 팀이 될 것인지 흥미롭다.
[lsyoo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