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대한민국은 이제 단골손님에 가까운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본선무대에 오른 팀들 중에는 약체로 분류되는 게 사실이다. 아시아 대륙의 축구수준이 많이 향상됐다고는 하나 다른 대륙 수준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현실이다.
늘 월드컵 본선 즈음이면 국내에서는 ‘최상의 조’를 운운하지만, 실상 대한민국을 제외한 다른 31개 국가들이 꼽는 ‘최상의 조’에는 한국이 들어가 있을 확률이 높다.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겨우 32개 국가만이 참가하는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다는 팀을 만난다는 것은 희박한 확률이다. 따라서, 알제리와의 조우는 행운에 가까운 일이다. 아무리 방심은 금물이라지만, 월드컵이라는 정글에서 만나기 힘든 사냥감인 것은 분명하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우리가 사냥감이라 부를 수 있는 팀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에 가깝다. 아무리 경계심을 운운해도, 반드시 잡아야할 대상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해외 유명베팅 업체들이 쏟아내고 있는 우승확률에서도 알제리는 32개 참가팀 중 뒤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고 있다. 대부분의 도박사들이 한국의 확률보다 낫게 책정하고 있다. 대략 1,000대 1 정도의 가능성이라는 평가다. 대륙별 안배원칙에 따라 아시아 대륙 국가들과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런 팀과 한조에 묶인다는 것은 행운에 가깝다.
알제리는 아프리카 최종예선도 힘겹게 통과했다. 조별예선을 1위로 통과한 10개국 중 가장 만만한 상대로 여겨진 부르키나파소와 만났으나 천신만고 끝에 따돌렸다. 원정 1차전을 2-3으로 패한 뒤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1-0 신승을 거둔 알제리는 원정다득점 원칙에 힘입어 간신히 본선행에 성공했다.
알제리의 본선진출이 확정됐을 때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팬들이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12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불상사도 있었다. 여러모로 ‘월드컵 레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도 월드컵 본선진출 이력은 이번으로 4회째다. 7회의 카메룬, 5회의 나이지리아보다는 적으나 3회에 그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보다 많다. 지난 남아공월드컵에 이은 2회 연속 진출이기도 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알제리는 꽤 선전했다. 비록 1무2패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는 없었다. 슬로베니아와 미국에게 0-1로 패했고, 축구종가 잉글랜드와는 0-0으로 비겼다. 1882년과 1986년 대회 이후 24년 만에 복귀한 월드컵 무대였음을 감안한다면 선전에 가깝다.
수비라인의 핵이자 주장인 베테랑 마지드 부게라가 정신적인 지주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에서 뛰고 있는 샛별 미드필더 소피앙 페굴리는 주목해야할 별이다. 다른 면면들은 낯선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다른 아프리카 진출국에 비해 정보가 덜하다는 것도 한국으로서는 경계해야할 점이다.
언제나 특별한 ‘복병’을 탄생시켰던 아프리카 대륙의 월드컵 본선사를 생각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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