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이상화(25‧서울시청)도 울고 박승희(22‧화성시청)도 울었다. 두 여자의 눈물은 진했다. 감격과 아쉬움의 여운이 짙은 다른 눈물이었지만, 그 감동은 같았다.
박승희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가장 마지막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두 번을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 투혼이었다.
박승희는 가장 빠르게 스타트를 끊고 선두로 달리다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가 넘어지며 건드린 충돌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러나 박승희는 곧바로 다시 일어서는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하지만 의지가 너무 강해서였을까.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좌절하지 않았다. 박승희는 끝까지 레이스를 멈추지 않고 완주했다.
↑ 아쉬움을 짙게 남긴 쇼트트랙 박승희의 눈물.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
박승희는 레이스를 마친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럴 만했다. 박승희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결승에 나섰다. 충돌만 없었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한국 쇼트트랙 단거리 사상 첫 금메달을 눈앞에서 억울하게 놓쳤다.
박승희의 눈물은 짠했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선 박승희는 진정한 태극여전사였다. 박승희의 레이스를 지켜본 팬들도 함께 뛰며 발을 동동 굴렀다. 순간 치밀어오른 분노도 박승희의 눈물과 미소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의 감격의 눈물.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
그러나 이상화와 박승희의 두 뺨에 흐른 눈물의 가치는 차이가 없었다. 국민들에게 안겨준 감동의 깊이는 같았다. 눈물을 닦아내고 씩씩하게 인터뷰에 응한 박승희의 환한 미소는 올림픽에서 메달의 색깔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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