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3일 한양대학교에서 ‘한일 축구산업교류 포럼’이 열렸다. 위기에 빠진 K리그가 부활할 수 있는 길을 이웃나라 일본의 예에서 찾아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반푸레 고후의 회장을 비롯해 시미즈 S펄스 강화부장, 산프레체 히로시마 강화부장, 마쓰모토 야마가 사장 등이 발표자로 나선 J리그 4개 구단의 사례는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였다. 물론 K리그나 대한민국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우리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점도 있었으니 모조리 취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었다. J리그 클럽들이 펼치고 있는 지역 밀착사업, 지역 공헌활동이다. 팬들 곁으로 다가가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들이다.
↑ 지금 K리그는 손에 닿지 않는 ‘스타’보다는 이웃집 형과 아저씨가 더 필요하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선수들의 방황을 환영한다. 사진= 수원삼성 제공 |
J2리그 마쓰모토 야마가의 사고방식은 더더욱 팬 중심이다. 구단의 오오츠키 사장은 “서포터가 있어서 구단이 존재한다. 서포터들도 자신들이 없으면 구단이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마쓰모토 야마가는, 서포터들이 만든 서포터들의 클럽이다”는 말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2003년 단 6명의 서포터로 시작된 마쓰모토 야마가의 팬층은 2005년 평균관중 778명에서 2012년 평균관중 9531명이라는 놀라운 변화를 끌어냈다.
결국 핵심은 ‘팬’이다. K리그가 지향해야할 곳 역시 마찬가지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는다”고 푸념하면서 “K리그의 심각한 위기”라는 진단을 숱하게 내렸으나 정작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은 하지 않았다. ‘K리그의 주인은 팬’이라는 말과 달리 지금껏 선수나 구단이 우선순위였음을 부인할 수 없던 우리네 현실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선수들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
오는 16일 상주상무와의 홈 개막전을 앞두고 있는 수원삼성 선수들이 13일 수원시의 대표적 번화가인 아주대 앞 삼거리에서 거리홍보 활동을 펼쳤다. 서정원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그리고 이석명 단장을 포함한 프런트가 참가한 거리홍보는 <블루윙즈와 함께하는 달콤한 화이트데이>라는 테마로 진행됐다. 화이트데이를 착안, 선수들이 시민들에게 사탕과 함께 경기일정 카드를 나눠주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전북도 비슷한 노력을 취했다. 올 시즌 평균관중 2만 명을 목표로 삼은 전북은 지난 5일, 전주시내 거점지역인 전북대학교 후문거리와 전북도청 앞 신시가지 거리에서 저녁 6시30분부터 홈경기 홍보를 실시했다. 최강희 감독과 주장 이동국을 비롯해 김남일, 이승기, 김기희 등 대부분의 선수들과 이철근 단장과 사무국 전직원이 나섰으며 자발적으로 홍보활동에 참여하길 원한 전북 서포터들도 함께 했다.
비슷한 예는 또 있다. 지난해 ‘도민 속으로’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지역 팬들과의 유대관계 형성에 노력했던 경남FC는 올해 ‘도민 속으로 2.0’으로 업그레이드해 더욱 적극적으로 팬들과 만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이미 실천 중이다. 연간 회원권을 구매한 팬들을 위해 선수들이 ‘택배기사’로 변신한 게 대표적이다. 경남 구단은 연간 회원권을 구매한 팬들 중 추첨을 통해 대상을 선정, 팀의 대표 꽃미남들인 송수영, 우주성, 권완규가 직접 티켓을 배달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별 것 아닌 일이나 분명 흐뭇한 모습들이다. 거창하게 말해서 ‘밀착사업’이나 ‘공헌활동’이지, 결국은 ‘지역’에 방점을 찍고 얼마나 다가가는가가 관건이다.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오기를 기다리기 전에 선수들이 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필
자신과는 다른 세상에 있는 ‘별’이라 생각했던 선수가 거리에서 함께 ‘셀카’를 찍으며 내밀었던 손이 결국 팬들을 경기장으로 이끄는 안내판이 된다. 지금 K리그는 손에 닿지 않는 ‘스타’보다는 이웃집 형과 오빠, 아저씨가 더 필요하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