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가는 팀마다 확실하게 변화시키는 강인한 승부사지만, 정작 한화 김성근 감독(72)은 스스로 변화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다. 처음 한국 프로야구 감독을 맡았던 때는 1984년 OB. 그 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세 번이나 지나는 동안, 6개팀의 사령탑을 맡아 KBO에서만 20시즌을 치러냈지만, 김 감독의 야구철학과 소신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세밀하고 철저한 ‘관리야구’의 대명사, ‘마운드 이어붙이기’의 명장, 가는 곳 마다 이식시켰던 정신력과 투지는 여전히 김감독의 트레이드마크다.
↑ 한화 김성근 신임감독이 28일 대전구장에서 취임식을 갖고 김태균과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김 감독은 팀의 간판타자인 김태균에게 강도 높은 집중훈련을 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진(대전)=천정환 기자 |
지난 6시즌 동안 5차례 최하위를 했던 한화 선수단에 김감독의 거침없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글스 타선의 별칭은 “다이너마이트는 불발이 많다”는 한마디로 부정당했다. “인심이 너무 좋아 점수를 퍼주더라”며 마운드에는 따끔한 반어법을 날렸다.
다이너마이트의 폭발력 보다 “확실하게 한 점을 짜내고 지키는” 조직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김감독의 소신은 역시 단단했다.
구구절절 귓전을 때리는 아픔이다.
한국 프로야구 첫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이자 이글스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역사를 창조했던 주역 장종훈 코치, ‘벌떼 마운드’들의 이어던지기 공세를 무너뜨리며 ‘딱 석장으로 우승했다’고 평가받는 1999년 호쾌했던 독수리 마운드의 에이스 정민철 코치, 그리고 창단 28년 이글스 야구의 역사와 영광을 함께 만들고 일궈냈던 프런트의 오랜 스태프들이 대전구장 한가운데서 김 감독의 뼈아픈 일갈을 들었다.
지난 6년간 한화는 ‘팀이 꼴찌를 해도 한결같은 팬들이 있다’며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이번 가을 한화팬들은 김 감독을 향한 뜨거운 러브콜로 그 누구보다 열렬한 ‘승리에 대한 갈망’을 보여줬다.
이기는 야구에 관한한 한국 프로야구의 손꼽히는 히트 브랜드인 ‘김성근야구’는 다음 시즌 아마도 틀림없이 한화를 바꿔놓을 것이다. 그 도전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29일 마무리 훈련지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는 한화 선수단에게 김 감독과는 다른 말로 응원을 전하고 싶다.
팬들이 ‘김성근야구’를 갈망하게 만든 것은 지난 6년간 한화가 5번이나 꼴찌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년간 다섯번이나 꼴찌를 하는 팀에도 여전히 따뜻하고 열렬한 팬들이 함께 했던 것은 이글스 야구 28년이 켜켜이 쌓아온 감동과 기억이 헛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이너마이트 타선과, ‘대형투수의 요람’은 분명히 한화의 자랑이고 ‘위대한 유산’이다.
김성근야구 최초의 가장 대범했던 실험은 13년전 LG에서 있었다. “토양이 다르다”는 우려 속에 ‘관리야구’의 명장이 리그 최고의 ‘스타시스템’을 만났던 2001년~2002년이다.
당시 김감독은 “팀에 필요한 것은 스타가 아니라 승리”라고 딱 자르면서 선수단의 군기를 잡았고,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야구는 프로가 아니다”라면서 LG가 버려야 할 첫째로 ‘신바람 야구’를 꼽았다. 그는 LG 투타를 매섭게 조직화시켰고, 선수단의 정신력을 뚜렷하게 바꿔놓았다.
그러나 당시 바뀐 것은 LG만이 아니었다. ‘자율야구’ 10년이 키워냈던 LG의 ‘신바람 스타’들도 김 감독의 시선을 바꿔놓았다. 김 감독은 서용빈의 근성에 반했고, 김재현의 투혼에 감동했다. 유지현 이병규의 재능을 믿게 됐고, 이상훈의 카리스마를
이제 “꼴찌팀을 싹 바꿔놓겠다”는 김 감독의 서슬 퍼런 선전포고에 맞서 독기 품은 한화 선수단의 화끈한 응답을 기대해본다.
김 감독이 한화를 변화시키는 만큼, 한화도 김 감독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이내믹한 2015시즌이라면 더욱 흥미진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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