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이 밝힌 5차전 8‧9회의 아찔한 재구성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악몽이 지나고 기적을 경험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 류중일 삼성 감독이 5차전 8‧9회를 재구성했다.
삼성은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5차전에서 기사회생했다. 이날 승리로 시리즈 3승2패. 1승만 더하면 통합 4연패다.
5차전서 0-1로 끌려가던 삼성은 8회말 무사 만루 절호의 찬스를 허무하게 날린 뒤 9회말 2사 후 최형우의 극적인 역전 끝내기 2루타로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지옥과 천당을 오고간 8‧9회였다.

↑ 삼성은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넥센과의 경기에서 9회말에 나온 최형우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2-1 한점차 승리를 거뒀다. 삼성 최형우가 9회말 2사 1, 3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고 류중일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11일 잠실구장 삼성 더그아웃. 류 감독은 5차전의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난 순간적으로 끝내기 안타인 줄도 몰랐다”는 류 감독의 말에서 그 순간 얼마나 경기에 집중을 하고 있는 지 실감케 했다.
류 감독은 8회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무사 만루 찬스서 대타 활용 여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삼성의 타순은 박석민-박해민-이흥련으로 이어졌던 상황. 일단 박석민은 믿고 맡겼다. 그러나 부상을 당한 박해민부터 고민이었다.
류 감독은 “박해민 타석 때 대타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해민이가 발이 빠른 친구니까 1점은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딱 2루 땅볼을 치더라”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이흥련 타석 때도 대타 카드를 또 만졌다. 포수를 바꿀까도 생각했다. 만약 9회였으면 교체를 했을 텐데…”라고 설명했다. 결국 류 감독은 대타 카드를 꺼내지 않았고, 결과론적으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8회에도 변하지 않는 류 감독의 소신은 있었다. 무사 1, 2루 찬스서 ‘이승엽의 희생번트 작전을 고민했을까’라는 의문. 류 감독은 “이승엽에게 번트를 대게 할 생각은 전혀 안했다. 3번부터 6번까지 번트 작전은 안 쓴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기적의 9회말이 찾아왔다. 2사 1, 3루 찬스서 최형우의 우익선상으로 흐른 극적인 끝내기 2루타. 류 감독의 시선은 대주자 김헌곤을 향해 있었다. 류 감독은 “헌곤이가 발이 빠른 친구인데 도대체 안 들어오는 거야”라며 “애를 하나 업고 뛰는 줄 알았다. 가위에 눌려 앞으로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간다는 느낌이랄까”라고 말하면서 껄껄 웃었다.
실제로 김헌곤의 주루는 빨랐다. 그러나 류 감독의 눈에는 슬로우비디오처럼 느리게만 느껴졌던 것. 그만큼 간절했던 5차전 승리였다.
극심한 빈공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은 6차전 넥센 선발투수 오재영을 상대로 박석민을 5번, 이승엽을 6번으로 되돌렸다. 류 감독은 “오늘은 치겠지. 타자들 다!”라며 끝까지 신뢰를 잃지 않았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