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황덕균(32)은 KT 위즈서 2년째 투수조 조장이자 분위기 메이커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KT 내에서 후배들의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훈련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도 한다.
2002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황덕균은 2004시즌을 앞두고 방출됐다. 그리고 2011년 1월 일본프로야구 독립리그 간사이리그 서울 해치에 입단하기 전까지 야구 지도, 막노동을 하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후 NC 다이노스의 공개 트라이아웃에 참가, NC에 입단해 시즌을 보냈다. 2013시즌을 마치고 방출된 뒤 KT서 다시 기회를 얻고 1군 마운드에 오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
↑ 피칭 연습 중인 KT 위즈 투수 황덕균. 사진=곽혜미 기자 |
황덕균은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 24경기에 나서 8승 5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다. 사실 그의 더 큰 임무는 수치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 있었다. 팀의 주장 신명철, 조중근과 함께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끌고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만 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최고참이라 잘해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어 힘들었다”면서 “엄청난 부담이 있었다. 못하면 스스로 자책하는 경우도 많았고 무조건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심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그에게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된 김사율과 LG에서 방출된 이후 KT에 입단한 김기표의 존재는 큰 위안이다. “지금은 사율이형도 오고 친구 (김)기표도 와서 마음이 편해졌다. 의지가 많이 된다. 셋이서 같이 올 시즌 같이 해보자고 할 수 있다고 항상 얘기하는데 잘될 것 같다.”
“힘들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그에게 리더 역할은 ‘천직’인지도 모른다. 어색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을 가진 터라 후배들에게도 먼저 다가가고 먼저 말을 건다. 사람들에게 뭔가를 해주는 것을 좋아해 가끔은 후배들을 위한 선물을 주기도 한다. 황덕균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도 하고 있지만 쉴 때는 형 동생처럼 지내고 밥도 먹고 얘기도 나누고 그런 게 좋다”고 답한다.
↑ 러닝 도중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분위기 메이커 황덕균. 사진=곽혜미 기자 |
개인적으로는 NC 다이노스에 이어 두 번째 신생팀 경험이다. “신생팀은 초창기 때 뼈대를 잘 만들어야 한다. NC는 정말로 잘 만들어진 팀이지 않나. 외부에서는 우리를 약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 융화가 잘되고 팀워크도 잘 되어있는 것 같고 하려고 하는 게 보인다. 꼴찌라고 단정 짓기는 좀 그렇지 않나. NC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순위도 나올 것이다.”
“항상 감독님이 강조하시는 게 절실함이다. 나도 그걸 잊지 않고 운동하고 있다. 만약 그게 안 됐다면 운동선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황덕균이다. 힘들게 야구선수로서의 생활을 이어온 만큼 얻어온 기회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하다. “내가 그렇게 잘하는 선수도 아닌데 KT에서 불러주셔서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게 너무 좋았다.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린 선수들은 아직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 유니폼은 그냥 쉽게 입는 게 아닌데. 한번 아픔을 당해보면 정말로 쉽게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열심히 해서 선수들에게 ‘저 선수는 저렇게 해서 했는데 나라고 안 되겠어?’ 이런 희망을 주고 싶다.”
투수조 조장으로서
[chqkqk@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