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FC 서울에게 지난 4일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전은 좋든 나쁜 의미가 많았다. 일단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또한, 발목 부상으로 빠진 오스마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승점 3점을 확보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을 키웠다. 또 하나의 소득은 ‘샛별’ 김민혁의 가능성이다.
서울은 가시마전에 변화를 줬다. 지난달 25일 광저우 헝다(중국)전 베스트11과 비교해 두 자리가 바뀌었다. 먼저 오스마르를 대신해 이상협이 고명진의 파트너로 나섰다. 불가피한 변화였다. 오스마르는 전력 외 선수였다. 광저우 헝다전에서 오른 발목을 다쳐 훈련도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석현이 아닌 김민혁의 선발 투입은 의도하고 계산된 변화였다. 깜짝 카드였다. 김민혁은 이제 갓 프로에 입문한 새내기였다. 지난달 17일 AFC 챔피언스리그 예선 플레이오프 3라운드 하노이 T&T(베트남)전에 교체로 뛰며 프로 데뷔 무대를 가졌던 그에겐 프로 첫 선발 출전이었다. 일주일 전 광저우 헝다전에서는 벤치만 달궜다.
↑ FC 서울의 김민혁(오른쪽)은 4일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2차전서 풀타임을 뛰었다. 프로 첫 선발 경기에서 결승골을 도우며 반짝반짝 빛났다. 사진(상암)=김재현 기자 |
그렇지만 그의 선발 출전은 파격적이었다. 1패를 한 서울은 사활이 걸렸다. 가시마를 반드시 이겨야 했다. 그 중요한 ‘전쟁터’에 최용수 감독이 신인을 선발로 투입한다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더욱이 프로 데뷔 무대였던 하노이전을 마친 뒤 최용수 감독으로부터 호되게 꾸지람도 들었다. 최용수 감독은 당시 “몇 가지 안 좋은 게 있었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실망스러웠다. 팀에 어떤 도움을 줄 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좀 더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말했다. 후반 30분 윤일록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김민혁은 15분 동안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보름 뒤 김민혁은 최용수 감독을 춤추게 했다. 김민혁 선발 카드라는 과감하고 모험적인 독수리의 결단은 성공적이었다.
부담스런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김민혁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 속에 결승골을 만들었다. 후반 21분 몰리나의 프리킥이 그의 머리를 스친 게 김진규에게 ‘완벽한 도움’이 됐다. 김진규가 “운 좋게 내 앞에 볼이 잘 떨어졌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김민혁은 “그저 볼이 날아와 점프했을 뿐이다. 도움이라고 하기도 그렇다”라며 쑥스러워했지만, ‘대어’를 낚는데 크게 기여했다.
아직 ‘A+’의 학점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서울은 경기 주도권 싸움에서 가시마에 밀렸다. 김민혁도 많은 걸 보여주지 못했다. 뒤집어 말해 보여줄 게 많다는 것이다. 김민혁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최용수 감독은 김민혁에 대해 혹평이 아닌 호평을 했다. 최용수 감독은 “신인인데 활동량도 많고 창의적인 플레이가 뛰어나다”라며 “젊은 선수들이
김민혁의 가능성은 서울의 무한경쟁에도 불을 지폈다. 최용수 감독은 “정해진 주전은 없다. 준비된 선수가 곧 주전이다. 내가 한 약속을 지키고 싶다”라며 “(김민혁의 등장으로)주전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라고 흡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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