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스캇츠데일) 김재호 특파원] 류현진이 변했다. ‘이례적으로’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
류현진은 10일(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글렌데일에서 진행된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
라이브 피칭을 소화한지 이틀 만이며, 첫 시범경기 등판을 3일 앞둔 상황이었다. 강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포수를 홈 플레이트 뒤에 앉혀놓고 던진 정식 불펜 투구였다.
↑ 시즌이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불펜 투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천정환 기자 |
류현진은 이런 방식을 시범경기 기간부터 유지했다. 이전의 그였다면 이날 불펜 투구를 하지 않았을 터.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방식을 바꿨다. 이를 지켜 본 현지 기자들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류현진은 불펜 투구를 마친 뒤 현장을 지켜 본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가볍게 30개 정도 던졌다. 강하게 한 것이 아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편하게 했다”며 불펜 투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선수 자신은 의미를 부정했지만, 루틴에 변화를 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스프링캠프 시작 때만 하더라도 이전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했던 그는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조금씩 (불펜 투구를) 할 거 같다. 제구를 점검하는 그런 방향으로 할 거 같다”며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불펜 투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변화의 조짐은 지난 시즌에도 있었다. 그는 두 번째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뒤 디비전시리즈 등판을 앞두고 라이브 피칭을 소화했고, 이틀 뒤 불펜을 던졌다. 당시 선수는 불펜 투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계획을 바꿨다.
루틴에 변화를 주는 것은 선수 개인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코칭스태프와 논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허니컷 코치는 “바꾸기 어려운 일이지만, 일부 변화가 있었다. 지난 시즌 준비 과정이 더 많아졌다. 포수를 홈플레이트보다 더 가까이 세워놓고 공을 던졌다”며 류현진이 준비 과정에서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류현진 데뷔 첫 해만 하더라도 돈 매팅리 감독과 다저스 코칭스태프는 류현진 자신만의 루틴을 존중해줬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달랐다. 두 번의 어깨 부상과 한 번의 엉덩이 근육 부상을 당하는 등 굴곡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변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등판 사이 공을 더 던지는 것이 투수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류현진과 의견이 일치했다”는 허니컷 코치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류현진도 지난 시즌 계속된 부상 위기 속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투구 이닝에 대해 욕심을 보이지 않던
어떤 방법이든, 중요한 것은 건강한 몸 상태를 시즌 내내 유지하는 것이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방법을 유지했던 그가 변화를 통해 어떤 결과를 받아들게 될까. 2015시즌 류현진의 등판을 지켜 볼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