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좌완 투수 양현종이 외국인 개막전 선발투수 홍수 속에서 토종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동료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양현종은 2015시즌 KBO리그 개막전 투수 가운데 유일한 토종이었다. 10구단 체제로 치르는 첫 시즌 외국인투수의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10명 중 9명이 외국인이었다. 김광현(SK), 윤성환, 장원삼(이상 삼성), 장원준(두산)의 첫 등판은 좀 더 기다려야 했다. 때문에 양현종을 향한 시선이 쏠렸다.
↑ 28일 광주 LG-KIA전에서 브렛 필(왼쪽)의 호수비로 위기를 탈출하자, 양현종(오른쪽)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
양현종은 이날 구속 및 구위, 제구 모두 불안정했다. 최고 구속 147km가 찍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140km 초반의 속구였다. 릴리스 포인트가 흔들리며 제구도 상당히 높았다. 볼이 꽤 많았다. 자연스레 변화구 비율이 늘었다.
매 이닝이 위기였다. LG 타자들은 양현종에 밀리지 않고 그의 공을 정확하게 때렸다. 날카로운 타구가 꽤 많았다. 양현종의 가슴은 여러 차례 철렁거렸다. 그때마다 KIA 좌완 에이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준 야수들이었다.
1회 1사 1루에서 박용태의 타구를 유격수 강한울이 점프 캐치한 것. 2회에는 양현종이 2사 2루서 최경철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중견수 김원섭의 빠른 송구로 주자를 잡았다.
불씨는 3회 들어 더욱 커졌다. 양현종은 손주인의 볼넷에 이어 오지환의 2루타로 무사 2,3루의 최대 위기에 몰렸다. 정성훈과 박용택을 각각 2루수 뜬공과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최승준이 매서운 스윙으로 양현종의 공을 쳤다. 좌측으로 빠지는 것 같은 타구가 3루수 이범호의 글러브 안으로 쏙 들어갔다.
↑ 28일 광주 LG-KIA전에서 양현종은 6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동료의 도움으로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
양현종의 시즌 첫 경기 성적표는 6이닝 5피안타 4볼넷 2탈삼진 무실점이었다. 유일한 토종 개막전 선발투수라는 부담을 털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준 동료의 ‘도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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