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시즌 개막 17경기를 치르며 시즌 첫 5할 승률 밑(8승 9패)으로 내려갔다. 초반 좋은 흐름을 타고 나름 잘 버틴 게 사실. KIA는 1년 전 5경기 만에 승률 5할을 못 지켰다(2승 3패).
하지만 KIA를 향한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 2주간 2승 9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동네북’ kt 위즈(2승 8패)보다 승률이 낮다. 경기를 치를수록 부푼 기대감이 꺼지면서 KIA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잘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게 훨씬 많다. 3~5선발, 불펜, 중심타선 등등. 속이 타들어간다. 시즌 개막 1달도 안 지난 가운데 뾰족한 수도 사실 많지는 않다.
드디어 제구 잡힌 강속구를 던지는 한승혁이 새로운 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퓨처스리그에서 ‘매덕스 놀이’ 중인 서재응 카드도 있다. 하지만 21일부터 양현종, 필립 험버, 조쉬 스틴슨 순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간다. 한승혁이 당장의 반전카드는 아니다. 또한, 서재응에 대해서도 김기태 감독은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나지완, 최희섭, 이범호의 부진이 깊어지는 가운데 중심타선 또한 큰 틀을 바꾸기가 어렵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초반 타격감이란 게 오르락내리락 한다면서 믿음을 보이고 있다. 신뢰의 마지노선은 100타석이다. 나지완은 70타석, 최희섭과 이범호는 66타석에 섰다. 적어도 10경기 동안은 더 유지될 터다. 즉, 4월까지는 계속 믿고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전카드가 아예 없지는 않을 터. KIA의 가장 현실적인 반전카드는 김주찬이다. 좀 더 콕 집어 얘기하면, ‘톱타자’ 김주찬이다.
1번타자는 1회 첫 공격 시 첫 번째 타석에 서는 선수일 뿐이지만, 그 활로를 열어줘야 하는 역할이 주어진다. KIA로선 3번타자 브렛 필에게 밥상을 차려줘야 한다.
누구나 KIA의 1번 타순에 들어갈 수 있지만 누구도 김주찬보다 잘 하지는 못했다. 신종길, 김원섭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김주찬은 KIA 선수단 내 가장 이상적인 톱타자다. 현재 호랑이 군단에서 가장 잘 친다(타율 3할9푼4리). 박준태가 타율 5할을 기록 중이지만 2타수 1안타다.
1번타자일 때 가장 빛났다. 28타수 12안타 3홈런 7타점으로 타율이 4할대(4할2푼9리)에 이른다. 10개 구단 통틀어서도 가장 타격감이 뛰어난 톱타자다.
김기태 감독은 김주찬의 활용 방안으로 3가지를 준비했다고 했으나, 적어도 3번보다 1번이 나았다. 지난 18일 중심타선 강화를 위해 3번에 배치됐지만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무엇보다 김주찬이 빠진 테이블세터(최용규-김다원)가 활로를 만들지 못했다.
한 야구인은 야구만큼 ‘평균’이 중요한 종목이 없다고 강조했다. 타율 3할 타자가 일시적으로 1할 부진을 겪어도, 1할 타자가 아닌 3할 타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늘 하던 만큼 한다고 했다. 김주찬이 그렇다. 꾸준하다. 2011년 이후 2012년(2할9푼4리)을 제외하고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다. 출루율도 4할이 넘는다(올해는 6할6푼7리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이다).
다만 한 가지 수식어가 따른다. ‘건강한’ 톱타자 김주찬이다. 그 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경기를 뛴 게 2012년의 118경기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해다.
혹자는 ‘유리몸’이라고 한다. 올해도 장딴지, 손목 등의 통증으로 선발 라인업에 빠진 게 부지기수다. 선발 출장은 8경기로 팀 전체 경기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 19일 경기에서
최소 기본은 한다. 건강한 김주찬의 1번 복귀는 가장 현실적이면서 빠른 대안이다.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지만, 답답한 KIA 타선에 작지 않은 힘이 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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