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평범한 가정의 한 아버지에게 실명이란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짐이 되기 싫어 가족을 떠났던 아버지.
그리움이 쌓일 때마다 100kg의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박광렬 기자입니다.
【 기자 】
바벨을 힘차게 들어 올리는 백발의 남성,
시각장애인 역도 국가대표 64살 문광식 씨입니다.
한 방송국의 전기기사이자, 두 자녀의 아버지로 행복을 누리던 문 씨.
지난 99년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죠. 식구들이 나를 먹여 살려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구나. 결심을 했죠, 나중에는…안 되겠다, 내가 떠나야겠다."
시각장애 1급, 이제는 도움 없이는 거동도 어려울 정도지만,
행여라도 짐이 될까, 연락도 피한 채 십수 년 째 홀로 어버이날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아들뻘 선수들을 만나면 헤어진 자녀 생각에 애틋한 마음뿐입니다.
"자료가 있다면 잘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라도 전해서 나 이렇게 살았다고 애들한테 이야기하고 싶고,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보고 있을 수도 있겠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100kg 가까운 바벨을 들어 올린다는 문 씨.
이번 주 일요일 개막하는 서울 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서 '아버지'의 이름으로 당당히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내밉니다.
MBN뉴스 박광렬입니다.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