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선발투수에게 꿈의 기록은 무엇일까. 바로 20승일 것이다. 33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단 7번밖에 나오지 않은 희소한 기록. 올해는 복수의 후보가 이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각 팀들이 59경기에서 최대 64경기를 치른 현재 다승왕 레이스가 뜨겁다. 선두 피가로(삼성)-유희관(두산)이 9승으로 레이스를 이끌고 있고, 김광현(SK)-조쉬 린드블럼(롯데) 쌍두마차가 8승으로 이들을 바짝 쫓고 있다. 지난해 20승 투수 밴 헤켄(넥센)과 에릭 해커(NC)의 외인 에이스들도 7승으로 언제든지 1,3위 그룹을 위협할 수 있는 선두 그룹이다.
앞서 언급했듯 20승은 매우 희소한 기록이다. 그만큼 투수들에게는 꼭 달성하고 싶은 ‘꿈의 숫자’이자 목표다. KBO리그 역사에서 역대 20승은 12명이 16차례 달성했다. 하지만 선발 20승으로 기준을 높이면 6명이 7차례(김시진 2회) 고지를 밟은 것이 전부다. 지난해도 밴 헤켄이 2007년 리오스 이후 7년만에 20승 벽을 다시 뚫었지만 레이스 후반은 홀로 도전하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상황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 피가로와 유희관은 9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거기에 4명의 외인과 2명의 토종 투수들의 페이스가 상당히 빠르다. 피가로와 유희관은 이들 중에서도 강력한 후보군. 피가로와 유희관은 7할5푼과 8할1푼8리의 승률을 각각 기록 중으로 평균자책점도 3.38과 3.18로 매우 준수하다. 이닝 소화력도 상당하다. 유희관이 전체 3위인 86⅔이닝, 피가로가 7위인 82⅔이닝을 기록 중이다. 강력한 타선지원도 등에 업고 있는 2명의 투수다. 현재 페이스대로 34경기를 가정하면 최대 14승 정도를 더 올릴 수 있어 20승 달성이 무난하게 가능하다.
승률 8할8푼9리로 5승 이상 투수 중 승률 1위인 김광현과 완투 1위(2회)의 린드블럼도 유력한 후보군이다. 김광현은 평균자책점이 3.97로 다소 높지만 등판 경기 승률은 그 어느 투수보다 높다. 다소 기복이 있지만 팀의 확실한 지원이 따랐다는 뜻이다. 몇 차례 크게 무너진 경기를 제외하면 올해 투구 내용은 확실히 위력적이다. 강력한 불펜지원도 김광현의 승수 쌓기에는 호재다.
반면 린드블럼은 상당히 외롭다. 다승 레이스에 도전하고 있는 투수 중 가장 많은 4패를 떠안았다. 부진한 날에는 그 투구가 패배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불안한 불펜 역시 다소 위험요소. 하지만 올 시즌 완봉 1회와 완투 1회를 각각 기록하며 그야말로 에이스다운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닝 소화력 역시 96⅓이닝으로 압도적인 선두다.
아직은 다소 레이스에서 뒤쳐져 있으나 밴 헤켄과 해커 역시 언제든지 고삐를 죌 수 있는 잠룡들이다. 지난해 가파르게 승수를 쌓아갔던 밴 헤켄은 평균자책점이 4.30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좋지 않다. 하지만 역시 경험과 안정감이라는 측면과 넥센의 강력한 타선을 고려하면 역시나 위협적인 후보다.
해커는 올해 NC의 에이스로 확실히 올라선 모습이다. 2013년 3.63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4승11패에 그쳤던 불운은 올해 확실히 사라졌다. 벌써 80⅓이닝을 소화하며 9차례의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팀의 확실한 지원과 기대 속에서 더 좋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관심이 쏠리는 또 다른 도전은 바로 대가 끊긴 토종 20승 투수의 재탄생이다. 최근 연속으로 선발 20승을 달성한 투수는 모두 외인이었다. 토종으로 한정하면 1995년 LG 이상훈 이후 무려 20년 동안 나오지 않고 있다.
역대 2번째로 선발 20승 투수가 동시 배출 될 지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 지난 1985년 삼성의 원투펀치가 동시에 이 기록을 달성한 것이 유일한 역사다. 당시 김시진이 25승(선발 21승), 김일융이 25승(선발 20승)을 나란히 올
투수들의 분업화와 5인 선발 로테이션 체제가 고정된 현대야구서 한 해에 20승 이상 투수가 2명 이상 배출된다면 그것 역시 분명 의미 있는 역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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