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팜핑(팜스테이 + 캠핑)’ 한·일전이다. 요즘 아이와 함께 가는 나들이의 대세가 팜핑이다. 농촌 체험을 즐기는 팜스테이(Farm+stay)에 캠핑을 합쳐놓은 트렌드다. 마침, 팽팽한 한·일 대전이 펼쳐질 조짐이다. 대한민국의 팜핑 종결자 수미마을(양평)은 메기수염축제로 선공을 날렸고, 일본 규슈의 미나미 시마바라는 구주고원의 아찔한 별밤 테마로 맞불을 놓고 있다. 아, 이거 전력도 박빙이다. 선택은 독자들에게 슬쩍 미룬다.
↑ 무려 3개월짜리 물축제 ‘메기수염 축제‘가 이어지고 있는 양평 수미마을. 대한민국 팜핑의 메카로 꼽힌다. |
무려 3개월짜리 계곡 물 축제. 기네스북에 올릴 만큼 길이로는 국내 최장인 여름 물축제가 있다. 열리는 장소는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곱다니길 55의 수미마을. 명불허전 축제 이름은 ‘메기수염축제(summerfestival.kr)’다. 사실 수미마을은 팜핑의 메카다.
우선 아이들 열광하는 프로그램. 계곡 물고기 잡이부터 스타트다. 아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수미마을의 자랑은 독살 체험. 마을 옆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돌담을 쌓아두고, 거기에 걸린 물고기를 잡는 원시 물고기 잡이 체험인 셈.
황토탕에 뒹굴며 맨손으로 미꾸라지 사냥에 나서는 미꾸라지 잡이도 인기다. 잡은 물고기? 당연히 그냥 둘 수 없다. 계곡 자체가 1급수 맑은 물이니, 그 자체로 보약(?)인 셈. 즉석 요리 코너로 달려가면 바로 구워먹도록 조리해 준다.
고기 요리에 매운탕이 빠질 수 없는 법. 대대손손 극비(?)에 부쳐져 있는 수미 마을만의 양념 비법이 담긴 맛난 메기 매운탕을 옆에서 팔고 있다. 둘이 먹다, 다 죽어도 모르는 절묘한 맛이다.
익스트림 수중 레저 프로그램도 있다. 우선 탐험에 환장하는 아이들에겐 딱인 뗏목 체험. 마을에서 직접 만든 뗏목을 타고 수중 생태를 탐험하는 짜릿한 코스다. 뗏목체험과 양대산맥은 수미마을의 명물 ‘수륙양용마차 체험’. 이거 놀랍다. 당연히 줄을 서서 기다린 뒤 타야 할 정도. 덜컹거리는 트랙터에 끌려가는 마차에 올라, 계곡물을 가르고 쏜살같이 질주한다.
곧 장마가 질 텐데 비가 오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 붙들어 매시라. 수미마을 물축제는 비가 오면 두배 더 즐거워 진다. 불어난 계곡 물에서 비를 맞으며 계곡물을 쏘다니는 ‘수미 레프팅’은 백미. 속옷이 젖어 그렇지, 비 내리는 산책길 걷기도 권할 만하다. 비 오는 날, 빈대떡 아니 감자전도 빠질 수 없다. 맛이 궁금하시다고? 비밀이다. 직접, 가서 드셔보시라.
▶ 수미마을 물축제 즐기는 Tip = 수미마을(soomyland.com, 0505-505-1114) 홈페이지 참고. 테마파크처럼 자유 이용권도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1만원에서 3만원 사이. 민박에서 자는 1박2일은 9만원 선이다. 메기수염축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summerfestival.kr). (070)4229-1154
◇ 일본 팜핑의 ‘오야방’ 미나미 시마바라
그래, 엔저에 제주 보다 싸진 일본 여행. 호텔서 묵고 자고 노는 건 식상하다. 그래서 등장한 투어가 시골 할머니집에 놀러 가듯이 일본 농촌마을에서 먹고 자고 양파 농사를 거들며 평범한 일본 사람들의 아침 밥상을 마주하는 팜핑.
팜핑 중에도 오야방(으뜸)은 일본 규슈의 미나미 시마바라다. 양평 수미마을? 미안하지만 시마바라가 한 수 위다. 홈스테이 민박집을 운영하는 집집마다 여행객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할까 아예 오래 전에 간이 여관업 허가를 따냈으니 말이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주인장들도, 그냥 동네 주민들이 아니다. 하나같이 홈스테이로는 베테랑들.
프로그램은 이렇다. 방문객들은 삼삼오오 그 날 묵을 민박집으로 나뉘어 다같이 싱싱한 농산물을 수확하고 강가에서 물고기를 낚아 저녁밥상을 차린다. 밥 한 끼가 만들어지는 고단함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다. 때로는 땀방울 흘리며 고생스럽게, 때로는 신나고 재미있게 내가 먹을 찬거리를 준비하며 건강한 자연을 배운다. 아이들과 함께 간 부모들에게도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일본 농가에서의 하룻밤은 신선한 경험이다. 시골집으로 놀러 간 것처럼 전통 일본식으로 먹고 자고 일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닐 테니까.
더욱이 매력적인 건 농가 홈스테이만 즐기는 게 아니라는 것. 맞다. 아무리 가까와도 일본은 해외다. 아빠 엄마의 짧은 휴가 기간을 잘 나눠 하루는 일본 농가 홈스테이로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규슈의 속살을 보는 여행으로 보내 준다. 시마바라항에서 카 페리도 타보고 운젠 지옥온천에서 천연 온천수가 부글거리는 원천지의 이색적인 광경도 만난다.
아,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구주고원에서의 하룻밤은 또 얼마나 근사할 지. 친환경주의에 입각해 지은 나무 집은 카우보이 목장 같다. 소들이 풀을 뜯는 푸르른 초원을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뛰어 놀다가 뜨거운 온천수가 찰랑거리는 노천탕에서 자연을 벗삼아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도 좋다. 양평 미꾸라지고, 트랙터고 다 필요없다. 꽃들이 합창하는 구주하나코엔에 유후인 온천에서 이리 피로를 풀 수 있는데.
▶ 규슈 팜핑 즐기는 Tip = 여행박사가 일본 농가 홈스테이와 일본 여행을 결합한 상품을 내놨다. 가족 여행객들을 위한 여름방학 특별 상품이다. 인천공항에서부터 일본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여 깊이 있게 일본의 역사나 문화, 생활상을 알려준다. 대한항공 왕복 항공권, 시마바라 홈스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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