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정인욱이 못 던지면 피가로 생각 날 텐데….”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지난 1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걱정스러운 게 하나 있었다. 승패를 떠나 선발 예고한 정인욱이 얼마나 제 몫을 해주느냐가 중요했다.
류 감독은 “정인욱이나 장필준이 올해는 좀 커야 하는데…”라며 사직구장 전광판에 찍힌 정인욱의 시즌 평균자책점 15.68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인욱은 어깨 피로 누적으로 1군에서 제외된 외국인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를 대신해 선발 등판했다.
↑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믿음을 주지 못한 정인욱의 선발 카드 대신 부상 중인 피가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피가로는 지난 6일 복귀 하루 만에 다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어깨가 말썽이다. 류 감독은 “피가로가 열흘을 채우더라도 올라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밸런스가 맞지 않아 다른 부상이 나올 수 있다. 더 쉬고 올라오는 게 낫다”고 했다.
삼성은 우승 매직넘버 14를 남겼다. 사실상 이변이 없는 한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피가로를 아끼는 이유는 하나다. 통합 5연패를 위한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카드다.
정인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류 감독은 “정인욱이 잘 던져야 피가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또 못 던지면 피가로 생각이 자꾸 난다”고 걱정을 늘어놨다.
아껴야 할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 쓰는 것도 문제지만, 쑥쑥 성장해 결과를 보여줘야 할 카드가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다. 류 감독은 정인욱의 선발승 뒤에도 “점수를 주는 과정에서 실투가 여러 차례 나온 점이 아
어렵게 얻은 선발승이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을까. 피가로의 완벽한 복귀는 공백을 버텨야 하는 정인욱에게 달려 있다. 피가로를 위한 것이 아닌 정인욱 자신을 위한 기회의 무대다. 현재로서는 류 감독이 피가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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