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12일 오후 8시40분 잠실구장, 우천 노게임이 확정되자 3루 더그아웃의 KIA 선수들은 환호했다.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연패를 끊지 못해 진한 아쉬움 가득한 두산 선수들의 표정과 대비를 이뤘다.
KIA는 웃었다. 당연했다. KIA는 3회초 두산에 0-6으로 크게 뒤졌다. 임기준은 데뷔 첫 승을 거뒀던 6일 전과 다르게 1이닝 만에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KIA가 이틀 연속 역전승을 거뒀으며 두산이 이틀 전 5점의 리드를 못 지켰다고 해도 6점을 뒤집기란 쉽지 않다. 공격 횟수가 많이 남았다고 해도. 이날 두산은 5연패 탈출을 위해 눈에 불을 켰을 정도로 의지가 남달랐다.
↑ 사진= MK스포츠 DB |
그런데 KIA가 웃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힘을 아꼈다. 괜한 힘을 더 쓰지 않아도 됐다. 잠실 경기는 KIA가 초반부터 끌려갔으나 완패 분위기는 아니었다.
흐름은 묘했다. KIA는 2회부터 반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두산의 선발투수 이현호는 2⅔이닝 무실점을 했으나 위태로웠다. 2사 이후 잇달아 출루를 허용했다. 2회 2사 1,2루 첫 위기를 모면했으나 이현호의 호투가 아닌 김호령의 도루 실패 덕분이었다.
이현호는 곧바로 3회 또 위기를 맞이했다. 2개의 아우카운트를 잡은 뒤 신종길의 안타 및 김주찬의 볼넷 허용. 타석에는 전날 역전 3점 홈런을 날렸던 브렛 필이었다. 이 상황에서 두 번째 우천 지연이 됐고 결국 노게임이 됐다.
그 뒤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이현호는 흔들렸다. 그리고 5회까지 못 버틸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까지 이현호의 투구수는 55개였다. KIA가 어느 정도 점수를 뽑았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질 수 있었다. 두산이 2회 무사 만루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어가던 시점이었다.
치고 박는 싸움이 될지 몰랐다. 꽤나 기나긴 싸움이 될 법 했다. 그럴 경우, 너무 많은 힘을 쏟기 마련이다. 피로는 상당히 쌓인다. 게다가 그런 경기에서 자칫 패할 경우 타격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불펜은 LG와 주말 2연전을 앞두고 불펜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심동섭과 윤석민은 지난 9일과 10일 연속 출전했다. 끝까지 진행됐을 경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KIA는 임기준의 조기 강판에도 불펜 카드를 1장(김병현)만 사용했다. 불펜은 최대한 힘을 아끼고 온전한 상태로 주말 경기를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경기 도중 비 때문에 노게임이 된 건 시즌 7번째. KIA는 4경기로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날
※KIA의 2015시즌 우천 노게임 일지
4월 2일 SK전 | 5회초 1-1 → 3일 kt전 5-0 승
6월 20일 kt전 | 5회말 1-2 → 21일 kt전 7-0 승
8월 16일 LG전 | 1회초 1-0 → 17일 LG전 2-3 패
9월 10일 두산전 | 3회초 0-6 → 12일 LG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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