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후쿠오카) 서민교 기자]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과 ‘빅보이’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일본에서 하루 동안 짧은 만남을 가졌다. 김 감독의 깜짝 방문으로 이뤄진 해후 뒤 이대호는 더 큰 감동으로 답례했다.
지난 25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 소프트뱅크과 야쿠르트의 일본시리즈 2차전을 갖기 전 타격 연습에 집중하던 이대호가 기자를 향해 뜬금없이 귀띔했다.
“김성근 감독님이 여기 오셨어요! 김성근 감독님이 오셨다니까요!”
해맑은 표정으로 말하는 이대호의 얼굴에는 놀랍고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 소프트뱅크 호크스 이대호가 지난 25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일본시리즈 2차전에 앞서 타격 연습 도중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을 향해 소삭이듯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日 후쿠오카)=서민교 기자 |
김 감독은 이날 오전 비행기로 야후오크돔을 찾았다. 이대호는 김 감독이 방문을 할 것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김 감독은 라커룸으로 찾아가 이대호를 만났다. 김 감독은 “대호가 깜짝 놀라더라. 그냥 안부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사실 김 감독은 이대호를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이대호는 “감독님께서 오실 줄 몰랐기 때문에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감독님께서 ‘몇 경기 안 남았으니까 힘내라. 우승하고 돌아오면 서울에서 연락하자’고 격려해주셨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한화 지휘봉을 잡기 전 시간이 날 때면 일본을 자주 방문했다. 이대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는 일도 많았다. 이대호는 “감독님은 쉬는 날이시면 하루를 잡고 오셨다 가시곤 하셨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내가 감독님의 열정에 반만 따라가도 성공을 할 거다”라고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이대호가 김 감독과 만난 것은 꽤 오랜 만이다. 김 감독이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 이대호는 “오랜 만에 뵙는데 감독님께서 많이 늙으셨더라. 올해 한화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런 것 같다”며 “후배들을 많이 돌봐주시는데 건강을 잘 챙기셨으면 좋겠다”고 안쓰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김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이대호를 비롯해 지인들을 만나는 동안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좀 쉬니까 많이 좋아졌다”며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
이대호는 김 감독과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경기에 나섰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1, 2차전 연속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았다. 1차전에서 2루타 1개를 포함해 3안타를 기록했던 이대호는 2차전에서도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0-0으로 맞서던 4회말 무사 1루서 터진 결정적 한 방이었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의 결승 홈런으로 4-0 완승을 거두고 일본시리즈 2연승을 달렸다.
이대호는 경기를 마친 뒤 “감독님이 오셨는데 홈런을 쳐서 다행이다. 기분 좋게 보고 가셨을 것 같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관중석 어딘가에서 이대호의 짜릿한 홈런을 보
일본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이대호는 26일 도쿄로 이동해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리는 3차전을 준비한다. 김 감독도 하루 일정을 마치고 같은 날 오키나와로 옮겨 2016년을 위한 마무리캠프에 돌입한다.
김 감독과 이대호가 만난 일본에서의 특별했던 하루가 큰 의미를 남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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