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이상철 기자] 한국이 ‘야구대표팀’으로 도쿄돔을 방문한 건 2446일 만이다. 지난 2009년 3월 9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1-2위 결정전이 마지막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았는데 그 곳은 지금도 ‘약속의 땅’이었다.
요미우리의 홈구장인 도쿄돔은 일본야구의 심장이다. 1988년 개장한 일본 최초의 돔구장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야구체육관도 함께 있다. 그러나 한국에게는 ‘약속의 땅’이기도 했다.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이 국제대회 참가 차 도쿄돔을 찾은 건 총 두 번이었다. 2006년과 2009년 WBC 1라운드. 그리고 한국은 6승 1패를 기록했다. 85.7%의 높은 승률이다. 특히, 일본을 두 차례나 꺾으며 2회 연속 WBC 1라운드를 1위로 통과했다. 일본의 자존심은 제대로 구겨졌다.
↑ 이대호가 19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준결승 일본전서 9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초반은 오오타니 쇼헤이(닛폰햄)의 쇼케이스. 지난 8일 프리미어12 개막전(오오타니 6이닝 2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보다 더한 수모였다. 11일 만에 등판한 오오타니는 훨씬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한국 타선을 잠재웠다.
한국은 베스트가 아니었다. 경기 하루 전날 새벽 대만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선수들은 하룻밤 새 푹 쉬었다. 피로를 덜었다고 해도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다. 어차피 한일전은 실력, 체력보다 정신력이 더욱 중요하다.
이대은(지바 롯데)이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맞섰으나 균형은 4회 깨졌다. 그리고 이를 다시 맞추기에는 오오타니는 ‘무적’에 가까웠다. 6.2이닝 1피안타 1사구 11탈삼진 무실점. 7회 선두타자 정근우(한화)에게 중전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 피칭이었다. 그것도 2회 이대호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게 유일했다. 게다가 그 안타가 이날 오오타니의 유일한 피안타였다. 무결점이었다.
한국이 대만에서 치른 6경기를 통해 타선의 회복했으나 오오타니 공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예선 일본전과 도미니카공화국전(루이스 페레스, 6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과 미국전(제크 스프루일, 6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통해 수준급 투수 앞에 기나긴 침묵을 지키기도 했다.
↑ 오오타니 쇼헤이가 19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준결승 한국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피안타 1사구 11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승부수였다. 그러나 0의 균형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개막전에는 3회, 준결승에는 4회였다. 이대은이 4회 선두타자 나카타 쇼(닛폰햄)를 애매한 판정 속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나카무라 아키라(소프트뱅크)에게 안타를 맞았다. 혼신을 다한 이대은의 구위는 분명 위력적이었다. 단, 이때의 이대은은 분명 흔들렸다.
선동열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으나 교체가 아니었다. 이대은을 다독거렸다. 이대은을 믿고 맡겼다. 그러나 이대은은 히라타 료스케(주니치)에게 안타를, 시마 모로히로(라쿠텐)에게 유격수 실책으로 막지 못했다. 0-1, 그리고 0-2. 차우찬(삼성) 카드는 이제서야 투입됐다.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의 희생타로 스코어는 0-3으로 벌어졌다.
5점 차도 아닌 3점 차였다. 못 따라잡을 간극이 아니다. 약속의 8회가 있었으나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오오타니가 7회를 끝으로 강판되면서 8회 불씨라도 키워보나 싶었지만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에 의해 삼자범퇴.
약속의 8회는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번의 반격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기적의 9회가 있었다. 그 한 번이면 충분했다. 대타 카드의 연속 성공. 오재원(두산)과 손아섭(롯데)이 연속 안타로 활로를 연 데 이어 정근우가 3루수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를 빠지는 2루타를 쳤다. 일본전 17이닝 연속 무득점이 깨졌다.
↑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준결승 일본전서 믿기지 않는 승부를 벌였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조금 전까지만 해도 떠들썩해서 귀가 아팠던 도쿄돔은 쥐죽은 듯 했다. 가득 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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